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현 May 24. 2017

누구의 기대를 위해서도 살지 않을 것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3

나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대단한 포부나 큰 결단이 있었던 건 아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었고, 회사를 다니는 문제는 
일단 책을 쓰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난 어떻게 그런 중요한 결정을 이리 쉽게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양육방식 때문이었다.
나는 살면서 부모님의 강요에 부딪힌 적이 없었다.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릴 때 의견을 주시긴 했지만, 
결국은 내 선택대로 할 수 있게 해주셨다.
게다가 중학교 시절까지 공부는 안하고 만화책만 본 나와 달리 
언니는 전교 1,2 등을 하는 우등생이었지만 
단 한 번도 언니와 비교당한 기억이 없다.
그 덕분에 나는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않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익숙했다.


물론 그런 내게도 부모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려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감도 일찍이 잘라냈는데
부담감이 크다고 사랑까지 큰 건 아니라 생각해서였다.
20대 중반 무렵, 밥을 먹다가 부모님에게 
"나한테는 기대를 버리고 하숙생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당연 쌍욕을 먹었으니.
기껏 키워놨더니 그게 할 소리냐고 하셨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날 하숙생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물론 나라고 왜 수지 같은 딸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
가능하다면야 나도 부모님께 유자식상팔자를 보여드리고 싶고
그게 안 된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부담감에 짓눌려 산다고 부모님이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건 아닌가 안절부절 못한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우리는 그저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뿐이다.
그 삶이 부모님 기대에 맞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건
사랑이 아닌 채무감이자 강박일 뿐.
내 삶을 책임지는 것이 나의 몫이라면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부모님 몫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것이
부모님에게 받은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채무감이라면
살며 최선을 다해 갚으시라.
하숙비를 내야 하숙생이 되는 거다.
하지만, 우리 삶까지 저당 잡혀 살지는 말자.


우리가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애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다.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뜨거운 조언들!

어른이 처음인 당신을 위한 단단한 위로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