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현 Jun 19. 2017

행복을 삶의 목적이라 부르지 않을 것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6

따지고 보면, 문제의 시작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삶의 목표를 행복이라 규정한 이후로,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감정의 유토피아를 삶의 목적이라 믿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행복하려고 태어난 낭만적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원시적인 감정은 기쁨, 분노, 혐오, 공포, 슬픔, 놀람 

이렇게 여섯 가지인데, 인간이 행복하려고 지구에 왔다면, 

긍정적인 감정을 딸랑 한 가지만 셋팅해 놓았을 리 없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생각 자체가 대단히 큰 착각인 거다.    


그런데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규정하고 

완전무결하게 행복한 삶이 존재하는 듯 떠들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슬픔은 어떻게 해서든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에 우울함과 슬픔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베르사유 궁전을 아름답게만 두고 싶어서 화장실을 없앴다 해도 

산다는 건, 궁전 구석에서 몰래 똥도 누고 

때론 남이 싼 똥도 밟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가끔은 슬퍼도, 우울해도 된다.

그 시간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물론 우리는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나 역시 당신의 행복을 빈다.

하지만, 몇 번을 묻는다 해도 삶의 목적은 언제나 

삶, 그 자체일 뿐이다.    


+

10번 중에 6~7번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10번 중에 10번 행복하려 한다면, 그건 강박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