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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Jun 05. 2017

때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할 것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5

어느 방송에서 흙수저, 금수저에 대한 이야기 나왔다.

당시 워낙 이슈였던 터라 어딜 가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때다.

그중 한 패널이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

숟가락을 보고 식당을 고르는 게 아니듯

숟가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떠먹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숟가락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걸 떠먹으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멋진 비유이자 위로였고, 선한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흙수저, 금수저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본질은 세습 자본주의에 있다.

산업 기반이 새롭게 확장되어 쉽게 기회를 얻을 수 있던 과거에는

비교적 계층 간의 이동이 자유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부모의 부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진 기회는

소득과 직업의 격차로 이어지며

자본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계층은 고착되고 있다.

그러니까 흙수저, 금수저는 고착화되는 사회 계급의 문제이기에

해결책을 논하려면 세상 진지하더라도

자본의 세습과 기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해갈 것인지 묻고 답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몇 권의 책을 내며 개인적인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위로들이

우리가 맞닿은 문제의 표면만을 표류하며

사회적 담론에 닿는 것을 흐리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위로만 받으려 하는 집단 퇴행 속에선

누구도 돌부리를 치우려 하지 않고 그저 방관할 뿐이다.

위트 있는 비유로 가볍게, 혹은 냉소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

나 역시 이왕이면 덜 심각한 편이 좋다.

하지만 때론 어렵고, 복잡하며, 재미없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너 나은 세상을 위한 to do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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