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요약>
연애 9년의 짬만 믿고
동업을 시작한 ESTJ와 ENFP는
정확히 6개월 만에 머리끄댕이를 잡게 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ESTJ를 화나게 하는 법' 이라는
글을 읽고 소름이 쫙 끼침
화나게 하는 사람과 화내는 사람의 레퍼토리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었기 때문임
그때부터 정신없이 MBTI를 파기 시작했음
우리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결혼과 동업이 동시에 종료될 것 같았음
지금까지 9년을 알아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단의 다름이 부딪히는데
실체도 원인도 파악되질 않으니
이걸 이해하는 수단으로 적용해 보기로 함
ESTJ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팩폭하는 현장 관리자'라고 함
ENFP는 '호기심 천국'임
여기서 다시 절망적인 기분이 됨
호기심 좋고 천국 가는 것도 좋은데
대체 일은 언제 하겠다는 거임...
그렇게 디깅을 하던 중에
<ENFP랑 일하는 법>이 나왔음!
유레카 제발 알려주세요 허겁지겁 읽음
ENFP랑 일하는 법은 이러하다고 함
ENFP와 일하는 법!!!!!!
1) 일을 하기 전에 ENFP를 정성껏 칭찬한다
2) 일을 하는 중간에 ENFP를 충분히 칭찬한다 (이때 반드시 진심이어야 한다)
3) 일을 다 마치면 이제 본격적으로 ENFP를 칭찬한다
내 생각에 ENFP는 칭찬에 미쳤음
칭찬해주면 원효대사 해골물도 마실 인간들임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할 때
고래가 춤출 바다는 이미 없음 ENFP가 점령했음
나는 일 할 때 칭찬은 중요하지 않음
물론 사람이니까 칭찬받으면 당연히 좋음
그치만 그게 원동력이 될 수는 없음
인간이라면 일을 잘하는 게 당연하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무조건 잘해야 함
그러니까 남의 칭찬보다는
내가 판단했을 때 잘했는지 못 했는지가 중요함
거기다 칭찬까지 받으면 그건 금상첨화임
배달에 딸려온 서비스 쿠키 같은 거임
그걸로 배가 부를 수는 없음
그런데 이 성향을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걸 싸우면서 알게 됨
선호가 내 동료가 되는 순간
이제 선호도 일을 잘하는 게 너무 당연함
선호가 뭘 잘하면 응당 할 일을 한 거고
그건 칭찬하고 자시고의 영역이 아님
선호는 내가 이러니까 일할 맛이 하나도 안 남
선호 입장에서는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자유의 몸이었다가
하루아침에 포로수용소에 갇힌 노예가 되었는데
하필이면 수용소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간수가 자기를 관리하는 상황임
간수는 바늘로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온다는
소문이 있음
인간이 아니기 때문임
수용소에서 하루 30분 햇볕 쬐는 시간을 허락해주면
간수가 눈을 부릅뜨고 초시계로 30분을 세고 있음
눈치 보면서 운동장 좀 걷다가
돌 틈 사이에 핀 꽃냄새를 맡고 있는데
29분 59초에 간수가 와서 목덜미를 쥐고 질질 끌고 감
선호는 우리가 1개를 잘하면 1개만큼 기뻐하고 싶은데
나는 그건 이제 됐고 아직 못 한 3개, 4개를 얘기함
선호는 3개월 전의 우리를 돌아봤을 때
지금 성장해 있는 모습이 너무 좋은데,
나한테 3개월 전은 이미 까마득한 과거라서
비교 기준도 되지 않음
그때보다 성장해 있는 건 당연한 거임
이러니까 안 싸울 수가 없음
맨날 목에 핏대를 올리고 싸움
나도 울고 쟤도 움
나는 홧병이 나서 울고
선호는 왜 즐기지를 못 하냐며 움
그래서 작정하고 MBTI를 파기 시작했더니
ENFP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선호임
물론 한 개인의 성향이 MBTI 그대로 일 수는 없음
그치만 이런 경향성을 가진 부류가 있다는 걸 이해하고 그걸 캐릭터처럼 받아들이니까
'선호'라는 한 개인에 대해 화가 났던 게
아 그냥 저건 'ENFP 종특'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됨
심지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ENFP 동료의 장점마저 찾아짐!
ENFP는 무책임한 작심삼일러가 아니라
그냥 좀 과하게 호기심이 많은 댕댕이였던 거임
행복한 댕댕이와 건드리면 무는 개의
최악 궁합 극복기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