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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Feb 05. 2022

ESTJ가 ENFP랑 동업한 썰 푼다 (1)

일단 MBTI 궁합부터 보고 가시겠습니다.

나 ESTJ + 남편 ENFP = 관계 다시 생각해보기


음슴체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음


나는 남편이 있음

이름은 선호임

우리는 2년 전부터 동업을 시작했음

동업하기 전에는 MBTI 관심도 없었고

내 거랑 선호 거가 뭔지도 모름

당연함 우리는 롱디를 3년 하고 결혼했음

일본-서울, 두바이-서울의 롱디를 이겨냄

시차 9시간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함

만난 지 9년 찬데 매년 더 사이가 좋아짐

그러니까 내가 뭘 걱정했겠음?

남들은 남편이랑 동업하는 거 아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으면 안 된다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서로를 알아온 짬으로 둘이서 잘 해낼 자신이 있었음

그렇게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됨


그리고 정확히 동업 6개월 만에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함 ^^


서로 니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다고 함

연애하는 두 사람으로는 거의 다 맞춰놨는데

동료로 만나면 이렇게 다를 줄 상상도 못 했던 거임

여기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ESTJ와 ENFP 짤 좀 보고 가겠음



지금 '완벽주의'와 '기분파'가 만난 거임

처음에 나온 MBTI 궁합에서도 우리 둘은 빨간불임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함

근데 이미 결혼도 했고 동업까지 하고 있음

그럼 나는 어쩌라는 거임


우리가 동료로서 제일 안 맞았던 건

데드라인에 대한 감각임

나는 스케줄러와 투두 리스트 광인임

내가 투두를 적는 순간 그건 곧 바이블임

반드시 이루어짐

그런데 저기 ENFP짤에

'마감 일자와 절차를 무시' 보임?

(심지어 저 짤에는 ‘철차’라고 오타가 있음. 일처리가 저러면 안 됨)

선호는 ENFP 답게

투두를 적는 순간 만족도가 채워짐

31일까지 뭘 하겠다고 하면 나는 20일부터 시동 걸고

일주일 전에는 일이 착수되어야 하는데

선호는 25일까지 룰루랄라 즐거워 보임

그럼 나는 슬슬 초조해짐

언제 일을 시작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됨

28일까지도 꾹 참고 기다림

전에는 이것도 안 됐음 23일부터 쪼기 시작함

선호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쟤가 왜 저러나 싶음

그러다 29일이 되고

대충 준비만 하던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31일이 지나가버림


그렇게 데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는 심장이 쪼그라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열불 천불이 나서

한국인의 홧병약 아아를 3잔은 들이켜야 진정됨


선호한테 데드라인은 일의 방향성임

그쪽 방향으로 가겠다는 거고

일을 하다 보면 상황도 바뀌고 기분도 바뀜

언제까지 하겠다는 일이

그때 돼서 봤더니 중요도가 떨어질 수도 있음

그러면 여기서 내가 다시 홧병약을 들이킴

나는 일의 진행에 '기분'이 들어오는 게 이해가 안 됨

힘들거나 하기 싫을 수 있지만

하기 싫어도 하는 게 일임

거기다 나는 컨트롤 프릭에 마이크로 매니저였음

선호는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은데 나는 일이 안 되면 안 될수록 사람을 들들 볶음

이러니까 우리가 싸우겠음 안 싸우겠음?


어느 날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져서

몇 년 만에 길에서 언성을 높임

둘이서 산책하다 길에서 싸우는 커플을 보면

"와 귀엽다~" 하면서 맨날 지나갔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길에서 살벌하게 싸움

귀엽다고 생각했던 모든 커플에게 미안했음

집도 좁아서 각방도 못씀

공기가 무겁다 못해 숨 쉴 때마다 폐에 1톤씩 쌓임

나는 이렇게 무책임한 선호랑 못 살 거 같고

선호는 이렇게 날 서있고

자기를 이해 못 하는 나랑 못 살 거 같다고 생각함


연애 9년 차에 찾아온 위기


ESTJ와 ENFP는

최악의 궁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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