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침반으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진지'와 '심각' 쪽으로 바늘이 틀어질 사람이라 늘 더 가볍고 자유로운 성격이 되고 싶었다. 비장함과 심각함은 내 단점이라 생각하고, 그런 면을 벗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23살에 시작한 사회생활을 여기까지 이어와 보니, 내 단점을 고치기 위해 쓴 에너지를 장점을 부각하는데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나는 저절로 심각해지는 사람이니까, 작은 일 하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내려 노력한다.
- 비장함은 숨 쉬듯 깔고 가니까 어느 자리든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 생각이 많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있다.
내가 나를 이렇게 바라봤으면 어땠을까? 넌 왜 그렇게 심각하냐는 핀잔에 그래서 실수가 적어요, 대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그만큼 무슨 일이든 진지하게 임해요, 두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늘 만난 친구에게 이제는 단점보다 장점을 보며 살고 싶다고 하니, 친구가 스포츠 선수들은 약점을 고쳐야 하는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을 해줬다. 약점은 어차피 백 프로 고치지 못하니까 강점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가 훈련의 관건이라고 했다.
약점도 강점도 내 안에 쭉 있었고, 어느 약점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 의해 주어졌지만, 둘 중 어느 쪽을 붙잡고 하루를 살아갈지는 온전히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약점이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다. 그보다 큰 강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