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 Enemy
스타트업 고객사 한 곳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대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미팅 분위기는 무척 우호적이었고, 상대는 연신 감탄했습니다.
“기술이 인상적입니다.”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표님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계약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POC 단계라 비용 지급은 어렵습니다.”
“포트폴리오로 남겨드릴 수 있으니, 다음 기회를 함께 보시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돈을 주는 건 아닙니다.
상대가 투자자든, 대기업이든, 글로벌 파트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좋아한다’는 감탄이 아니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협상에서 필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배타성’을 증명할 무기입니다.
그 시점에서 저는 고객사에 특허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이 기술은 등록된 상태입니다. 저희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상대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기술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에서 ‘허락 없이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뀌는 순간, 대화의 구조도 달라집니다. 실제로 그 이후, 고객사는 구체적인 조건 제안을 받았고,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렸습니다.
특허는 매출을 직접 만들진 않지만, 협상의 판을 바꿉니다.
그것은 기술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가장 조용한 무기입니다.
특허는 문서로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배타성’의 증거이며, 기술이 쉽게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심리적 경계입니다.그래서 저는 기술 기반 창업자들에게 늘 말합니다.
“오늘 웃으며 악수한 상대가, 내일은 경쟁사의 파트너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이해관계가 바뀔 뿐이고, 그 변화의 순간을 대비하는 유일한 무기는 ‘준비된 전략’뿐입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기술을 지켜낼 언어가 필요합니다.
저는 개발자 출신의 변리사로서, 기술이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문서로, 권리로, 무기로 작동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기술의 주도권은 ‘대화’가 아니라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특허는 상대를 설득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의 판단을 멈추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 고객사가 결국 협상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기술이 ‘놓치면 안 되는 무엇’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