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왜 강력한 힘을 쓰지 못할까?

by 함영석 변리사
입증의 벽 앞에서 드러나는 권리의 진짜 한계


특허를 등록하는 순간, 우리는 기술에 든든한

방패가 생긴 듯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누군가 무단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법이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죠.

하지만 특허는 등록 자체만으로 완전한 보호막이 되지 않습니다.

특허의 힘은 침해를 막으려는 바로 그 순간,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많은 특허가 바로 여기에서 또 한번

그 특허의 가치가 엇갈리게 됩니다.


특허는 거의 모든 기술을 받아들인다


실질적으로 본다면,

특허출원할 수 있는 기술에 제한은 없습니다.

물론, 특허법 제32조에서 규정하듯,

일명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는 특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즉, 법문상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제29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허권이 무력해지는 지점: ‘입증 책임’


그러나, 모든 기술은 특허받을 수 있지만,

모든 특허가 그 기술을 보호하진 못합니다.


그럼, 왜 특허로 받은 모든 기술이,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까요?

특허권리 행사의 핵심인

특허침해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특허침해 사실의 입증책임은 바로

'특허권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즉, 나의 특허발명을 무단으로 실시한 자의 침해사실을

특허권자인 나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건특허의 경우

일반적으로 '물건특허'나 '방법특허'로

많이들 이야기하는데요,


예를 들어 물건특허라면

누군가 해당 물건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해보죠.

적어도, 해당 물건을 제조하는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판매자의 행위는 해당 물건을 직접 구매함으로

입증이 확실하게 될 수 있죠.

이런 경우, 판매자에게 특허침해의 경고나 금지청구를 하게 되면,

자연히 판매자는 제조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테니,

특허침해자의 모든 관련자들이 자연스럽게

소송에 관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방법특허의 경우

그러나, '방법'특허라면 어떻게 될까요?

위의 예에서 '제조자'를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특별히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제조자 표시'로

해당 업체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연 그 제품을 특허등록된 방법으로

만들었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어떤 물건을 만드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제조자가 친절하게 '어서 오세요'하고

공장문을 열어줄리는 만무하니 말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경험하게 된 ‘입증의 현실’


예전에 특허침해과련 소송사건에서,

신빙성 있는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특이하게도

변리사로서 저는 해당 사건의 '증인'으로

소송에 참여하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특허권자가 아닌 반대 측의 증인으로 나가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특허권자에 의한 침해 입증이 어렵다 보니,

상대방 특허권자는 법원에 '검증'이라는 절차를 신청하여,

실제 공장에 판사와 검사가 함께 입회하여

해당 기술시현을 직접 보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특허권자나 그 변호사는 입회가 불가하겠죠?

공장에서 제품의 제조는 영업비밀이나 마찬가지인데,

상대방 권리자에게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공개할 순 없으니 말입니다.


판사와 검사도 분명 유능하고 능력이 있으신 분들이지만,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도나 실제 경험이 없이,

몇 분 간의 기술 시현으로 그것이 침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즉,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특허는 ‘등록’만큼이나 ‘설계’도 매우 중요하다


특허를 등록받기 위한 모든 과정들,

최초 나의 기술이 어떠한 카테고리의 기술인지에 따라,

전략적인 특허권리의 설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법'특허를 등록받는다고 한다면,

해당 방법 자체의 입증이 어렵다면,

해당 방법을 이용하여 만든 물건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구조를 통해 입증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특허에 포함시키고, 특허 권리범위의 설계에도 반영함으로써,

제3자의 권리침해 시의 객관적인 입증을 최대한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적인 근거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특허를 등록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등록률 100%가 전부가 아닌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특허를 설계할 때,

특허의 권리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특허등록가능성이 0% 가 될 수도 100% 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인 이상 100%을 보장하긴 어렵겠지만요 ^^;


특허의 가치는 ‘활용 가능성’으로 완성된다


잘 설계된 특허는

침해자를 제압하는 권리일 뿐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도

라이선스를 체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특허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단순히 등록의 '결과'를 얻는 것 이상으로

권리 범위를 어떻게 구성했는지가

활용가치와 보호력을 결정합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그 기술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특허를 진짜 자산으로 만드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