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행을 떠나면, 가장 먼저 마트를 찾는다.
낯선 도시의 마트는 그곳 사람들의 맛과 시간,
그리고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를 천천히 밀며 걷는 일.
그 작은 여정 속에서,
나는 가끔 익숙한 내 감각을 다시 주워 담는다.
그래서 이 기록은 도시보다 조금 작은,
그러나 더 솔직한
‘카트 안의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다.
방콕 한낮은,
그냥 한 발짝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다.
어깨에 철퍼덕 들러붙는 습기를 견디며, 마트 입구까지 꾸역꾸역 걸어갔다.
문이 스르륵 열리자마자 알았다.
아, 여긴 천국이다.
훅 하고 쏟아져 나오는 찬 공기에 끈적이던 숨결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카트 손잡이를 잡았다.
미끄덩하고 차가운 금속 감촉이 손바닥에 착 감겼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덜컹, 덜컹.
카트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멀찍이 과일 코너 쪽에서,
살짝, 정말 살짝 두리안 냄새도 풍겼다.
"방콕 맞구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트는 아직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카트가 조용히 설렘을 흘렸다.
오늘은 뭘 담게 될까?
뭘 보고, 뭘 먹고, 뭘 기억하게 될까?
생각하다가, 그냥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답은 나중에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