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를 과일, 내일 고를 과일, 그리고 밥이 되는 과일
과일 코너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노랗게 무르익은 망고 향이 퍼지고, 그 뒤를 두리안 특유의 짙은 냄새가 따라왔다. 향기로운 것과 향기롭지 않은 것이 공존하는 공기 속에서, 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망고 무더기 앞에 멈춰 섰다. 여러 가지 이름표를 달고 있는데, 겉모습은 다 비슷하다.
망고는 그냥 망고지, 아니면 애플망고 정도?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아? 그렇게 생각하며 망고를 들여다보는데, 옆에서 점원이 다가왔다.
"이건 나므독마이, 이건 오끼룽, 이건 망고스틴 망고예요."
멀뚱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뭐가 다른데요?"
점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맛도 다르고, 식감도 달라요. 나므독마이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오끼룽은 아삭하고 새콤해요. 망고스틴 망고는 향이 진하고 진득한 편이고요."
그러면서 슬쩍 덧붙였다.
"망고스티키라이스에 주로 쓰는 망고는 나므독마이예요. 부드럽고 달콤한 게 밥이랑 잘 어울려요."
망고는 그냥 망고가 아니었다. 태국에서는 망고도 종류별로, 기분별로 고를 수 있는 과일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름만 다른 게 아니었다. 같은 품종 안에서도 '오늘 먹을 망고', '내일쯤 먹을 망고', '며칠 더 익혀야 할 망고'가 따로 분류되어 있었다. 껍질 빛깔, 손에 쥐었을 때의 탄력까지 미세하게 다른 망고들이, 저마다 다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에서는 과일조차 성급하게 대하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순간을 천천히 골라 기다리는 일, 그것까지 이들의 생활이었다.
조금 더 걸으니 두리안 산이 나타났다. 커다란 가시투성이 열매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냄새는 확실히 존재감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누군가는 장갑을 끼고 두리안을 들었다가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주저 없이 한 통 가득 담았다. 향도, 맛도, 결국 익숙함의 문제였다.
과일 코너 옆, 망고스티키라이스 세트가 쌓여 있었다.
잘라놓은 망고 옆에 쫀득한 찹쌀밥이 소담하게 담겨 있었다. 처음엔 망고를 밥에 얹는다는 발상에 잠깐 멈칫했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 망고의 단맛과 찹쌀의 고소함이 한입에 섞이는 감각. 태국에서는 밥과 과일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다.
단맛, 탄수화물, 과즙—다 한입에 들어가는 세계.
방콕의 마트에서는 과일도 과일로 끝나지 않았다. 디저트가 되고, 밥이 되고, 한 끼 식사가 되었다. 망고를 고를 때, 오늘 내 기분도 같이 고르는 것 같았다.
덜컹거리는 카트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도시 여행은 마트에서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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