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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 떼오 Dec 17. 2020

나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될까?


난생처음 고산을 경험했다. 


정확히 고산증세인지는 모르겠지만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건 사실이고, 69호수 트레킹때 무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익히 들어왔다. 고산으로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한국에서 꾸준히 운동을 했고, 체력만큼은 자신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여행자보험도 없이 남미여행을 떠났다. 


69호수 트레킹을 마치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장소는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시장 초입에 있는 한 닭국수 집. 체력을 많이 썼으니 단백질을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닭국수를 먹고 야간버스 시간동안 숙소에서 잠깐 대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배가, 정확히는 옆구리쪽이 미친듯이 아파오는 것이었다. 


'갑자기 왜이러지....'


구토증세가 있었지만 개운하지가 않았고 걷기조차 힘들었다. 일단 리마로 이동은 해야 되니깐 야간버스를 타러 버스회사까지 이동했다. 숙소에서 내가 예약한 버스회사까지 바로 앞이었지만 그조차도 이동하는데 죽을 맛이었다. 동행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채 겨우겨우 버스에 몸을 싣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잠을 자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보았지만 아파오는 통증을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움직이는 탓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깨울 뿐이었다. 누울공간을 찾고 싶어서 버스 직원을 찾기 위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시간은 새벽2시였고, 모두가 잠에 들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좌석과 좌석사이 통로에 몸을 뉘였다. 그렇게 해야 조금은 살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좌석으로 돌아가 앉기를 반복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채 리마에 도착했고 이카까지 바로 이동하기에는 절대로 불가능하겠다는 판단하에 근처 아무 숙소를 예약하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남사 단톡방에 배가 아플때 무슨 약을 사야되나 물어보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어떤 분이 약 이름을 알려주셔서 근처 약국으로 가서 약을 구입해서 먹었다. 그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혹시 이 근처에 병원이 있나요? 배가 너무 아파요.."


변역기를 통해 스페인어로 내 상황을 숙소 주인에게 알렸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용이 엄청나게 나오겠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들었다. 


주인이 알아봐주긴 했지만, 근처에 병원도 없고 문이 다 닫았단다. '아니 도대체 이 시간에 왜!!'

그러더니 다른 분이 약이랑 따뜻한 차를 준비해주셨고 이걸 한번 먹고 쉬어보라고 하셨다. 감사의 의사를 전한 뒤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상하게도 조금 좋아지는게 느껴졌다. 


나는 바로 짐을 싸들고 나왔다. 이카로 바로 출발하기 위해서.


하지만 여전히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그 순간 어떤 확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로 이카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내 여행은 계속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쿠스코로 넘어가 한식을 먹으면서 푹쉬고 나서야 예전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행도 그렇지만 평소에도 우리는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생길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그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는 괴롭고 힘들다. 이런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야될까? 너무 자만하지말자. 무엇인가에 자신이 있고 잘한다고 해도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밑에 있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지말자. 언제 어떠한 일을 계기로 올라갈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겸손하게 준비하자.


불확실한 세상에 영리하게 대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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