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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 떼오 Jul 15. 2024

'배려'와 '피해'의 줄다리기

나 자신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받는 것도 싫다. 이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행위는 나를 더욱 고립되게 만들었다. 결국 나 혼자 모든 걸 해결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은 혼자 아니냐’라고 말할지 몰라도 내 경험상 그건 틀렸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는 잘 될지 몰라도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나는 이걸 여행을 통해 느꼈고, 지금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무턱대고 프랑스 파리로 왔다. 아내의 한마디를 꼬투리 삼아 어쩌면 내 꿈을 이루려 한지도 모르겠다. 동남아 일주, 남미 일주를 하면서 언젠가는 외국에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렇게 길게 여행을 떠나온 것도 처음이다. 피해를 주고받는 걸 싫어하는 나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다. 지금은 이 상황이 너무 자연스럽지만, 생각해 보면 결국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고민에 부딪혔다. ‘이 시기에 해외에 나와서 여행을 다니는 게 맞는 걸까?’와 같은 미래를 생각하는 고민에서 ‘오늘 무엇을 먹지?’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고민까지. 하지만 그런 고민들의 답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의 방법’에 대한 고민이 가장 어려웠다. 사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글을 써 내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날 아내와 길을 걷다가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맞은편에서 상대방이 오면 너무 과하게 비켜주지 마.”


나는 처음에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아내와 같이 걷고 있고, 맞은편에서 상대방이 오면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내가 아내 뒤로 가든, 조금 빠르게 걸어 아내 앞으로 가든 길을 비켜주는 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 행동 때문에 어쩌면 상대방이 오해할지도 몰라. ‘나를 피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깐 그냥 자연스럽게 비켜줘.” 



그 짧은 순간, 그 짧은 행위들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내가 소위 ‘배려’라고 해왔던 행동과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물이 있으면 부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직접 일어나서 가져왔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딱 봐도 혼자 하기 힘든 일들도 내가 혼자 해결하려고 바등바등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나랑 이야기하기 싫은가?’ ‘나랑 일하기 싫은가?’ ‘내가 싫은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파리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스쳐갔다. 그들과 깊게 말을 섞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주관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하다)


일단, 그들은 피하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내가 느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사실 표정에 다 드러나기도 한다. 이건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며, 또한 상대방에게 그러한 피드백을 받기 원하는 거 같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우선이다. 가족이나 배우자, 친구가 우선이다. 그 주변에 존재하는 제3의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만약 제3의 사람들이 어쩌다 우리의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하면(앞에 말한 길을 가다가 비켜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거나 무엇을 부탁한다거나 등) 그제야 그들에게 배려를 베푼다. 처음부터 그들이 먼저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간혹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없으면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결국 그 속에서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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