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일 차 / 베트남 하노이를 거쳐 미얀마 양곤에 도착하다!
짯을 다시 쓰는 날이 오다니,
미얀마의 화폐를 짯(ကျပ်)이라고 부릅니다. 약간 견과류나 씨앗종류를 부르는 것처럼 정겹지 않나요? 싸이월드 시절의 도토리 같기도 하고요. 그 시절 도토리 5개면 좋아하는 음악을 미니홈피 배경으로 깔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 도토리 같은 짯을 전날 여행짐을 싸며 방에서 우연히 발견했지 뭐예요? 달러나 유로처럼 언젠가는 다시 쓸 수 있는 돈도 아닌데 짯을 왜 보관했을까요? 어쩌면 그래서 더 보관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나라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화폐를 보며 더 기억하고 싶어서.
첫 미얀마를 방문할 당시 나라를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여서 그만큼 물가가 저렴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물가가 그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아요. 물가가 싸다고 그 나라를 좋아하고, 물가가 비싸다고 그 나라를 싫어하지는 않거든요.
미얀마로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서 갑니다. 비행기 시간은 아침 6시 30분. 당시 저는 본가인 남양주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일어나도 아침에 출발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가기란 거의 불가능했어요. 새벽 2시쯤 택시를 예약해서 가면 되겠지만, 그럴 바야 마지막 시간 공항버스를 타고 미리 공항에 가 있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비행기 출발 전날 밤 10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어요. 얼큰한 짬뽕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맥주도 한잔 하고, 달러로 환전을 해도 밤 12시가 지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맞아요. 공항노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가슴 한가득 남아있는 설렘 덕분에 잠이 오지 않네요. 잠이 오지 않는 것과 피곤하지 않다는 것은 다르다는 거 다들 아시죠? 여행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잠을 자 둬야 되는데... 시간을 죽이기 위해 노트북으로 영화 <터미널>을 켰어요. 현재 저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 같습니다. 공항에 갇힌 채 살아남는 이야기인지라 영화를 보고 있으니 공항이 다르게 보이면서 설레는 마음이 살짝 가라앉으며 잠이 오기 시작했어요. 곁눈채로 30분 정도 잤을까요? 어느새 비행기 체크인 시간이 되었어요. 짐을 챙겨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들어 갔습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요.
'하암-!' 잠결에 이동한 탓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어요. 분명 비행기 창밖, 구름 지평선 사이로 붉은 광선이 보였는데 꿈만 같네요. 앞으로는 잠이 만들어내는 꿈이 아닌 직접 경험하는 꿈과 같은 여행이 이어지겠죠?
양곤으로 가기 전 하노이에서 7시간의 경유시간이 있어요. 7시간이면 하노이를 돌아보기 충분하지 않겠어요? 후딱 나갔다 와봅시다!
공항버스인 86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 하노이에서 유명하다는 호안끼엠 호수에 도착했어요. 호수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오토바이 경적소리가 가득한 도로의 분위기가 대조되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호수를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성요셉 성당으로 향했어요. 성요셉 성당을 보는 사람들의 열의 아홉은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생각난다고 말해요. 알고 보니 성요셉 성당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 더라고요.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프랑스 건축양식이 남아있습니다. 거꾸로 파리에는 베트남 쌀국수 맛집이 정말 많아요. 파리여행 가신다면 꼭 쌀국수를 드셔보길 추천합니다.
조금 걷다 보니 공항에서 먹었던 짬뽕이 어느새 소화가 됐나 봅니다. 다시 한번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성당 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반미를 먹고, 마침 유명한 콩카페도 근처에 있어 달달한 연유라떼까지 즐겨봅니다. 이 정도면 하노이 여행은 다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시간도 마침 딱 떨어져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양곤을 향해 갑니다.
꼬불꼬불한 글씨, 기분 좋은 습한 더운 공기, 전통의상 론지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는 걸 보니 정말 미얀마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첫 해외였던 그때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면서 기분 좋게 양곤공항 밖으로 걸어갑니다. 공항풍경을 찍어 미얀마 해외봉사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봅니다. 오랜만에 보는 미얀마 사진에 호응해 주는 대화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제 첫인상이었던 미얀마 사람들의 순수함과 친절함이 변함없이 남아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변했다고 해서 그게 그들 잘못은 전혀 아니에요. 당시 저의 인상과 지금도 변해 있기 때문이죠. 사실 그들에게 그러한 인상을 기대하기보다 제 스스로 그때의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는 것이 더 맞겠네요.
미리 예약한 숙소로 이동하기 전, 공항에서 양곤과 바간여행까지 함께할 동행을 만났어요. 아무래도 미얀마라는 낯선 나라를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편이 나을 거 같아 동행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어요. 각각 숙소에 짐을 두고 쉐다곤의 밤을 구경하고, 첫 만남을 기념하며 꼬치거리에서 저녁 겸 맥주를 마시는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죠. 하지만 여행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계획을 항상 방해하곤 하죠. 양곤 시내의 교통체증은 생각보다 심했고, 숙소의 위치도 헷갈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어요.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여 쉐다곤은 다음 날 가기로 했고, 바로 꼬치거리로 향했습니다.
미얀마 양곤에는 19th Street라는 일명 '꼬치거리'가 유명해요.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요. 꼬치를 많이 팔아서 그렇지만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 작은 버전처럼 다양한 현지음식을 맛볼 수 있고, 활기찬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퇴근 후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삼삼오오 저녁과 맥주 한잔 하시러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괜찮은 자리를 선점했어요. 그리고 미얀마 맥주부터 주문하고 한잔 들이켰습니다. '그래, 이 맛이었어...!' 미얀마 맥주 맛은 여전히 맛있었어요.
이동하느라 지친 몸속에서 시원한 맥주가 순환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이내 어디선가 맛있는 고기 굽는 냄새에 다시 정신을 잃을 뻔했어요. 더 늦기 전에 꼬치를 골라 주문했어요. 해산물은 혹시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주문하지 않았고, 고기와 야채 위주로 골랐어요. 알맞게 구워진 꼬치가 우리 테이블에 도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사라지더군요. 이 과정을 몇 번을 반복. 너무 맛있었어요. 배가 어느 정도 차자 동행 중 한 분이 미얀마 위스키를 먹어보자고 하는 거예요. '아니, 미얀마에도 위스키가 있어?' 심지어 가격이 한국돈 5,000원도 안 하더라고요. 그것도 보틀이 이 가격이었어요. '미쳤다.' 위스키를 주문하니 잔에 얼음도 담아서 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웬만하면 얼음은 드시지 마세요. 이 얼음이 얼마나 더러운 물을 얼려서 만드는 건지 대체 모르기 때문에... 아 물론 깨끗한 물을 얼려서 만들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항상 물조심 하는 게 좋아요. 물이 안 맞아서 물갈이도 많이 하시거든요. 저 역시 그날 밤 배가 좀 아프더라고요.
제가 지금 미얀마에 있다고요?
믿기지가 않아요...
우리 모두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잖아요? 간혹 잊는다고 해도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는 가슴속 깊이 스며듭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꺼내기란 쉽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첫 경험의 설렘 때문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두 번째 때는 보고 경험할 수 있어 또 따른 장점이 있지요.
첫 번째 미얀마는 해외봉사로서 방문했기에 미얀마라는 나라를 곁으로만 관찰했다면, 이번 여행은 좀 더 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볼 예정이에요. 너그럽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보려고 합니다. 용기가 잘 나지 않을 때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게요. 함께하면 외롭지 않고, 용기가 생기니깐요! 그렇다면 미얀마라는 낯선 나라에 손을 내밀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