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꾸준한 기록

기록을 통해 의도치 않은 "문제해결"과 "성취감"을 느끼다.

by 떼오 Theo
'가볍게' 그리고 '꾸준하게' 해보고 싶어서


# 우리의 일상을 영상으로 남겨볼까?


모든지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지속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했다. 인스타그램 릴스라는 것을.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었으나 거기에 프랑스 일상을 올리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을까? 따로 계정을 만들어서 거기에 프랑스 일상을 모아두면 단순히 나중에 보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IMG_8742.jpg


그렇게 첫 릴스를 만들어서 올리게 되었다. 편집도 하지 않고 어제 걸으면서 아내의 뒷모습을 찍은 영상을 제목 문구만 붙어 올렸다. 대신 일명 '캡션'이라는 공간에 프랑스에 도착해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적었다. 매주 블로그를 적고 있긴 했지만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서 지내는 모습을 영상이라는 형태로도 남겨두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을 진득하게 담아냈어야 하는데...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한 게 참 아쉽다. 어떻게 보면 지금 형태의 모습으로 남겨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왜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차차 적어보겠다.


가볍게 올린 릴스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걸 왜 보지?'

'그래도 반응이 오니깐 재밌는데?'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아니 첫 릴스부터였으니 처음부터라고 해도 맞는 거 같다. 영상을 공유하는 행위에 재미를 느낀 것이다.


# 또 다른 재미를 느끼다.


그 후 여행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사진보다 영상을 더 많이 찍게 되었다. 숏폼의 경우 세로 형식으로 업로드가 되므로 세로로 대부분의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한 컷을 너무 길게 길게 찍을 필요도 없었다. 여행의 순간을 짧게 짧게 캐치하면 되었다. 우연히 카페에 들렀다가 괜찮은 거 같으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외관을 촬영하고 내부, 그리고 메뉴 등을 촬영했다. 그렇게 이러한 과정들이 당연시되게 되었다. 아내는 이러한 나의 모습을 가끔은 못마땅해하며 보기도 했지만 내가 진심으로 재미있어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해 주었다.


사실 이런 낯선 곳에서 '재미'를 느낄만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자체가 하나의 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애초에 일보다는 여행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여행이 길어질수록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또 다른 '동기'가 있을 때 여행이 더 재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MG_8741.jpg


여행을 하며 촬영한 영상들을 집에 와서 간단한 편집을 거친다. 편집이라고 해봤자 찍은 영상들을 순서에 맞게 이어 붙일 뿐이다. 영상을 화려하게 만드는 기술도 없을뿐더러 그런 영상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영상에서 얻어갈 수 있는 정보를 글로 정리해 같이 올린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소와 경험으로 나누어서 업로드를 진행했다.


# 문제해결의 의무감


영상이 완성되고, 글 작성이 끝나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영상에 삽입될 음악을 고르고, 내용을 재배치한 뒤 업로드를 완료한다. 그리고 반응 확인. 항상 그럴 것이 초반에는 반응이 없다. 하지만 조금씩 조회수가 올라가고 좋아요, 저장이 늘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가끔씩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그대로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행을 가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어 미리 이러한 것들을 계획해서 가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전자의 모습도 있는 반면 후자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하게 따져본다. 그러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이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궁금증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당시에는 문제해결의 목적보다는 나 자신의 성취감이 우선이었던 거 같지만)


어쨌든 방식이 어떠하든 간에 나의 콘텐츠를 보고 누군가가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뭔지 모를 의무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제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들도 끊임없이 생겨났고, 바뀐 정보들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파리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도 이전보다 많았다. 그래서 그분들이 여행을 왔을 때 혼돈을 최대한 줄여주고 더 즐겁게 여행을 했으면 하는 의무감?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릴스를 발행했던 거 같다.


# 정답은 결국 나의 이야기


댓글이나 좋아요, DM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사함을 전해주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여기서 뭐가 더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정보성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해 보니 점점 정보만 주는 기계가 되어버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려고 했는지 되돌아보았다.


결국 나는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이 계정을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정에는 나와 아내, 우리의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덕분에 5,000명이라는 팔로워가 생겼다. (누군가에게는 적은 숫자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분들이다) 그러나 나의 모습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IMG_0090.jpeg


예전에 여행할 때는 사진만 보아도 그때의 날씨, 분위기, 감정 등이 여전히 기억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올린 릴스만 보면 그때의 순간의 기억이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정보성이든 뭐든 영상만 남기면 나중에도 기억이 날줄 알았는데 이건 매체의 종류 문제가 아니었다. 동영상이라고 더 기억이 선명하고, 글이라고 해서 기억이 안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을 담아낸 당시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경험과 감정이 들어 이 순간을 캡처해 두었는지 그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몇 년 전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만 읽어도 그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경험이 있다.


'근데 이건 그 스토리를 알고 있는 나만 느끼는 거지, 이 순간을 담을 때 거기 없었던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감정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만 주려는 영상과 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상은 그 자체로 다르다. 물론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그 격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본질의 차이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야기이다. 정보 콘텐츠는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나의 이야기를 찾는다. 즉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된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즉각적인 피드백과 성장은 정보성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은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에서 나온다. 당신의 이야기를 꼭 녹여보자!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도 기억에 남고 더 애정이 가고, 사람들이 그 진심을 느껴 공감하고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전 02화대책 없이 떠난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