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게 경험으로 돈을 벌어도 될까?

첫 수익화 시도

by 떼오 Theo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선 여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했고, 프랑스에 가서 좋아하는 게 뭔지 찾으려고 고민했고,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만의 착각이었던 시행착오까지 겪어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역시 좋아한다는 착각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 오는 걸 보면 이 행위가 썩 마음에 드나 보다. 하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하는 것. 현재는 수익이 없어 생기는 불안을 나름의 노력으로 잠재우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법.


그때 우연히 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내 귀에 꽂혔다.

'작게나마 연습하세요. 당신의 팬들이라면 기꺼이 구입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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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밥먹듯이 하는 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지극히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내가 무엇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걸까? 돈을 받아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미 나의 생각보다 위에 있는 듯 이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놓듯이 다음 영상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는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원해요.'


가끔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유튜버가 말하는 그런 '구조'들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말 위에서 이런 생각을 쌓아 올린다. '오히려 작을 때 시도해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는데? 만약 더 커졌을 때, 그때 처음으로 시작한다고 하면 더 부담될 거 같은데?'


언제나 그렇듯 결정은 나의 몫.


# 첫 수익화 시도


그렇게 첫 수익화를 꿈꾸며 빈 종이를 펼쳐 끄적거린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행위에 대해 더 깊게 탐구한다. 결국 나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일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이런 행위를 지속할 수 있으려면 무형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당시 내가 습관화하고 싶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노션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세컨즈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종류의 상관없이 기록의 매체를 만들어두고 뇌가 하는 일을 그곳에도 부여하라고 한다. 즉 말 그대로 두 개의 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다. 나의 첫 번째 브레인은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나머지 세컨즈 브레인은 생산된 것들을 저장하는 용도로. 그래야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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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소 기록을 즐겨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정작 필요할 때는 기록한 것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또 금방 까먹는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기록들이 필요한 줄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이 점에 주목했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정보를 참고한다. 그러다 보면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여행 쪽으로 바뀌게 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파도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그때그때 다 확인할 수 없어 '나중에 볼 영상'이나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인스타그램 저장' 등 언젠가는 보겠지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활용해서 저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은 그대로 남아있다가 여행을 다녀온 후 '아 이런 게 있었지..!!'라고 자각하게 된다.


이렇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여행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이드북을 준비하고, 거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보기로 생각했다. 그맘때즈음 개인적으로도 노션을 습관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판매가 되지 않아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으니깐 이 또한 나에게 도움이 되겠군' 뭐 이런 마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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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이 많이 활용된다고 해도 여전히 접근성이 낮은 건 사실이다. 쓰는 사람들만 쓰고, 그들 세상에서만 '노션 좋은데 왜 안 써?' 약간 이런 느낌? 그래서 최대한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베이스 등 잘만 활용하면 유용한 기능들을 많이 넣을 수 있지만 여행정보를 최대한 쉽게 활용하고, 그곳에 나의 취향을 집어넣을 수 있으면 되는 정도로 만들면 된다.


그래도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건데 다른 가이드북과는 차별점을 두고 싶어서 내가 파리에서 지내면서 느낀 점이나 노하우들을 넣으려고 신경을 썼다. 파리뿐만 아니라 보르도, 안시 & 샤모니, 남프랑스 등 내가 머물렀던 도시들도 함께 넣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이번 프랑스 편이 잘되면 다른 나라편도 만들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까지 해가며.


노션을 만들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기로 했지만 이걸 사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노션을 뭔가 유형의 상품과 연결시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여행엽서.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들을 엽서로 만들고 거기에 함께 QR 코드를 삽입해 여행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홍보는 인스타그램으로 진행했고, 판매는 엽서와 노션을 함께 구입하면 8,000원, 노션만 구입하면 3,000원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피 값보다 저렴하게 팔겠다는 콘셉트는 기억난다)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1개가 팔렸다...!! 오...? 벌써?


그 이후 조금씩 판매가 일어났고, 총 23분이 구매를 해주셨다. 그리고 노션만 구입해 주신 분들이 70%가 넘었다. 돈으로만 따지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나의 서비스로 돈을 벌었다는 이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 그리고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완할 점이 생각보다 많았다.


# 작게 시작했기에 배울 수 있었던 것들


첫 번째, 요즘 많이 사용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노션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조작하기 어렵다. 만드는 나 조차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했다.


두 번째, 단순한 정보보다 가이드북을 보고 사람들이 빨리 파리에 가고 싶다는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부족했다. 나도 여행을 가는 것보다 준비하는 과정에 큰 즐거움을 느낀 사람으로서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기를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더 맞을 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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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무조건 저렴한 게 답이 아니다. 가격이 계속 비싸다고 느껴지는 건 내 상품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것이다. 가격만큼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의 상품을 구입해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지만 죄송한 마음도 크다. 나는 돈보다 나의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구글폼을 작성하고 계좌이체를 했다는 그러한 과정이 더 컸다고 생각하기에 이에 제대로 보답을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을 때 이렇게 시작을 해봐서 앞으로 다시 상품을 판매하게 될 때 무엇을 보완해야 되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의 채널이 더 커졌을 때처럼 시작했다면 아쉬움이라는 감정으로 끝날게 아닌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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