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0명의 굴욕

강의요청 하지만...

by 떼오 Theo
과연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할까?



# 꾸준히 ‘잘’ 가고 있는 걸까?


예전부터 다들 나에게 하던 소리가 있다.

'넌 뭘 해도 잘할 거야.'


음... 너무 감사한 말이지만, 그러면서 죄송한 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 안에는 '지금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는 뭐든지 꾸준히 하니깐 언젠가는 잘될 거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를 줄 알아?' 사실 예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유레카...?!


벌써 10년은 된 거 같다 그런 소리를 들은 지. 그렇다면 꾸준히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그런 건 있다. 글쓰기로 예를 들어보자면, 예전에는 단순히 글쓰기라는 행위가 좋아서 계속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며 글을 쓰는 행위가 좋았다. 어쩌면 쉬는 방식 중 하나였던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요즘의 근황을 말로 떠들면서 휴식을 하는 사람이 있는 마면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타자기로 두들기면서 할 말을 글로 쏟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다가 '글쓰기'를 발견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글=돈벌이라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평가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최소한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이어야 되지 않겠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나라는 모습은 '뭔가 계속하는데 고군분투하네... 그러다 잘하겠지 뭐'라고 비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했던 거라 고군분투는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엔 꾸준히 한다 보다 이 고군분투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 강의·출판 제안


이러한 꾸준함과 고군분투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무렵, 어느 DM을 받게 되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의 어느 한 지점 담당자의 DM. 내용은 이러했다.


'나만 알고 싶은 여행명소나 프랑스 여행 꿀팁 관련해서 외부 출강을 요청드리고 싶은데 혹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그렇다. 바로 강의요청 DM이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였다. 강연? 내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나에 대한 평가였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 '내가 강연을 할만한 자격이 되는가?' 그렇지만 꾸준히 한 거에 대한 보답을 이렇게 받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하다 우선 일을 저질러보자고 생각했다.


강의는 대략적으로 3개월 정도 후에 진행될 예정이라 시간은 충분했다. 그동안 홍보물에 실릴 인터뷰 내용과 사진을 컨텍하면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갔다. 다음은 강의 자료를 만들 차례. 대학생 이후로 ppt 자료를 만드려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먼저 해야 될지 참 난감했다. 정보전달 위주의 강의짐만 그래도 초입에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여행을 해 왔는지, 그리고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프랑스가 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등등.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행정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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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홍보. 이번 강의는 문화센터 측에서 미리 확보된 인원이 있는 게 아니라 강의목록들을 쭉 보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말은 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강의가 폐강이 날 수도 있다는 점! 해당 문화센터 앱을 통해 나의 강의에 현재 몇 명의 수강생이 신청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강의가 2주 정도 남았을 무렵에도 내 강의를 신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의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ppt 준비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폐강 처리해 달라고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 번만 홍보를 해보고 그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떠나간 버스였을까? 인스타그램에 강의홍보를 진행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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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3일 정도 남았을 때 결국 나는 폐강요청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강의는 물거품 되고 말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운 게 있다면 우선 나의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홍보를 하는 데 있어서도 계속 망설이게 된다. 두 번째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담당자들은 무대를 마련해 주기까지, 그 무대를 어떻게 채우느냐는 나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즉 홍보는 전적으로 나한테 달렸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모이겠지만,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결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나의 첫 번째 강의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되면서 앞에 나서서 하는 행위보다는 나와 결이 맞는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했다. 특히 이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미얀마와 남미여행 에세이를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주기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쓰느냐고?' 재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과 동시에 여행을 주제로 하니 쓰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전 여행에 대한 기억들을 글로써 형체를 갖추게 되니 추억이 되살아나는 경험도 해서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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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도 행복했지만,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출간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연결된 메일로 바로 확인해 볼 수가 있는데 나의 글을 보고 출판요청을 해주신 것이다. 솔직히 이전의 강의요청보다 더 설레는 순간이었다. 강의는 그렇다 쳐도 내 책을 내는 건 예전부터 꼭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에서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여러 생각이 들더라.

'그럼 당장 수락해야지 뭐 하는 거야?'


맘 같아서는 바로 수락하고 싶었지만, 이 즈음 내가 직접 책을 출판할 거라는 목표가 생긴 터라 출판사와 함께 내 책을 만들어갈 때 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첫 책임만큼 나의 콘셉트와 취향을 가득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다행히도 출판사 측에서도 언제라도 관심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이야기해 주셔서 조금은 마음의 짐은 덜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만 같았다.



# 꾸준함이 답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꾸준함과 고군분투와의 줄다리기 그 끝은 과연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이 둘이 굳이 줄다리기를 할 필요는 없다. 꾸준함은 기본이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를 고군분투라고 하지 않으려 한다. 꾸준함과 성장.


꾸준하게 하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 이 기회는 지쳐있던 나에게 단비 같은 작은 성취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나의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확신'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결코 틀린 길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꾸준히 하는 자에겐 꾸준히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마법을 알아차려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발 편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벌써 이만큼 나아왔구나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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