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불안형과 불안형 애착이 만나면

by 이레 Ireh

지우와 현수는 처음 만난 날부터 서로에게 미친 듯이 끌렸다. 첫인사는 평범했지만, 그다음이 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취향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재밌게 대화를 이어갔다. 심장이 빨리 뛰고, 지우와 눈을 마주친 순간 현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이다. 정말 편해.”


지우도 그랬다. 현수의 웃음,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하나하나가 이상하리만큼 괜찮다고 느끼게 하였다. 둘은 헤어지기 아쉬워 카페로 자리를 옮겼고, 마감 직전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음 날 또 만났다. 자연스러웠다. 상대방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거리두기를 이겨버린 것이다. 셋째 날엔 벌써 서로의 가족 이야기, 어릴 적 상처, 사회 초년생 때 겪은 부끄러운 일들, 전 애인과 가장 아픈 기억까지 털어놓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지우는 친구에게 현수에 대해 말했다.

“나, 이 사람이랑 정말 잘 맞아. 너무 잘 맞아서 놀랄 정도야. 이렇게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빨리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처음이야.”

현수 역시 친구에게 지우에 대해 말했다.

“나 이 여자가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결혼까지 생각해 버렸다니까. 이런 게 운명 같은 걸까?”

그리고 둘은 생각했다.

‘근데, 왜 조금 불안하지.’


감정이 너무 빨리 커지면 누구든 조금은 불안해지기 마련이지만, 불안형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그 불안은 폭발물이 된다. 둘은 매일 같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가 없으면 불안했고, 연락이 10분만 늦어도 괜히 초조해졌고, 문자를 읽고 바로 답이 오지 않으면 둘 다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내가 실수한 거 있나?”

“나한테 마음이 식은 건가?”

“얘가 떠나가면 나는? 다른 사람이 생기면 어쩌지?”

“아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거야! 확인하고 싶어.”


말하고 또 말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지우가 야근 때문에 연락이 40분쯤 늦었을 때, 현수는 참지 못하고 먼저 폭발했다.


“박지우! 왜 답 안 해?”

“바빠서 그랬어, 왜 그래?”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넌 항상 이런 식이야. 너 정말 나 사랑하는 거 맞아?”

“그걸 왜 의심해…?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와? 일인데 이해 못 해? 그러는 너는? 너도 며칠 전에 여사친들 있는 자리에 밥 먹으러 갔잖아.”

“밥 먹으러 간 것뿐이잖아. 남자애들도 있었고. 왜 집착해?”

“야, 김현수. 왜 말을 그렇게 해? 나만 너한테 집착해? 너는? 너는 나 안 좋아해? 이게 왜 집착이야?”


둘은 서로를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같은 말을 반복하며 울고, 설명하고, 또 불안해했다. 지우와 현수의 사랑은 늘 뜨거웠다. 하지만 그 뜨거움은 쉽게 식지 않는 열이 되어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무섭게 휘몰아쳤다. 둘은 자주 싸웠다. 정말 사소한 일로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로도.


어느 날 현수가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간다고 말했을 때, 지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응, 잘 갔다 와.”

하지만 마음속은 들끓고 있었다. 불안이 올라오는 속도가 빨랐고, 상상은 끊임없이 지우를 의심하게 했다.

혹시 나보다 친구가 더 좋은가?

오늘 나한테 마음이 식은 건 아닐까?

왜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지?

결국 지우는 참지 못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지? 나 걱정되게…”

“잠시 얘기하고 있었어, 왜 이렇게 예민해?”

“예민한 게 아니라… 연락이 안 되니까 그렇지! 내 마음 힘든 거 몰라? 난 정말 현수 네가 날 떠날까봐 걱정되고, 하여튼 그래!”

그러면 현수의 마음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요동쳤다.

“너만 힘든 줄 알아? 나도 지우 너 다른 데 갈 때마다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알아? 나도 너 잃을까 봐 불안해!”

“그럼, 왜 나를 안심시키지 않아!”

“계속 확인해야 하는 거야? 지우야, 날 못 믿는 거야?”

“그럼, 현수 너도 나 못 믿는 거 아니야?”


싸움은 순식간에 커졌다. 감정이 터져 나왔다. 둘의 불안이 서로에게 화살처럼 박혔다. 언성이 높아지고, 눈물이 흐르고, 서로는 서로의 마음을 더 깊게 긁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싸움의 끝은 늘 같았다.


“하… 그래서, 헤어질 거야?”

“…아니.”

“나도. 나 너 없으면 안 돼.”

“나도 네가 필요해.”

“미안해.”

“나도 미안해. 우리 진짜 이제 싸우지 말자.”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사랑했고, 서로를 놓지 못할 만큼 의존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만큼 또 깊게 매달렸다. 싸우고, 울고, 붙잡고, 그리고 다시 뜨겁게 사랑했다.


“너 없으면 어떻게 살지?”

“그러니까 제발 나를 불안하게 하지 마.”

“그럼, 너도 나를 버리지 마.”


그 말들은 애원 같기도, 협박 같기도, 절규 같기도 했다. 이 커플의 사랑은 사소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아슬아슬한 유리 위의 사랑이었다. 둘은 서로에게 진심이었지만, 진심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사랑이 커질수록 불안도 커졌고, 어떻게든 서로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상대의 불안을 더 자극했다. 서로에게 주는 것은 없이 요구만 하는 사이가 둘의 관계였다.


그들의 감정은 늘 두 가지였다.

“너무 좋아.”

“너무 불안해.”

사랑이 더 깊어지는 만큼 둘의 불안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서로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롤러코스터 위의 연애처럼.


이들은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계속 싸웠다. 서로를 사랑해서, 서로를 불안하게 만드는 관계, 헤어지고 싶을 만큼 힘든데, 헤어질 수 없을 만큼 서로가 필요했던 관계가 두 불안형이 만들어내는 모순적 관계이다.

이전 11화11. 불안형과 회피형은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