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형 애착끼리 만나면 사랑이 빠르게 깊어지는 이유는 그들이 서로의 소울메이트라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정서적 연결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연결이 강해질수록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안정되지만, 그 안정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불안형과 불안형이 만나면 서로 안심시키는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하되, 그 필요함이 기댐과 결핍으로 나타나면서 서로 부딪히게 된다. 지나치게 빨라진다. 그들은 서로 간의 애착이 단단해지기 전에 관계만 먼저 깊어지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안정감이 굳어지기 전의 깊은 친밀감은 두 불안형에게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왜냐하면 둘 다 속으로는 이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날 떠나면 난 무너질 거야.’
‘그래서 더 꽉 붙잡아야 해.’
섬세하고 예민한 마음 두 개가 서로에게 닿을 때, 그 연결은 큰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자극이 되면 치명적인 불안 폭발이 되기도 한다. 불안형과 불안형이 만나면 대체로 비슷한 루프를 반복한다. 사랑이 빠르게 뜨거워지고, 그 뜨거움이 두려움으로 변하고, 그 두려움이 확인 요구로 이어지고, 확인 요구가 또다시 갈등을 만든다.
불안형인 나는 한때 다른 불안형 애착을 가진 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나와 그는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를 안심시킬 정도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서로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걸고 일정을 맞추고,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쏟았다.
연락이 조금 늦으면 “무슨 일 있어?”, “왜 내 맘을 몰라줘?” “너만 힘들어? 나 좀 이해해 달라고!”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이런 말을 서로에게 쏟아냈다. 우리는 서로 달래주기보단 똑같이 짜증을 낼 뿐이었다. 결국 확인받으려는 말이 서로에겐 비난처럼 들리고 예민함과 예민함이 부딪혀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이 터져 하루가 멀다고 싸웠다.
그런데도 헤어지지는 못했다. 끝내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면 둘 다 눈물범벅이 되었다. 자존심을 잠깐 세우더라도 결국 너 없으면 안 된다며 다시는 싸우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잡았다. 그 순간 너무 진심이라 또 뜨겁게 달라붙었다. 문제는 뒤에도 감정이 식지 않아 똑같은 루프가 반복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쳤었다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연애했다.
불안형 둘이 만나면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서로의 불안이 서로에게 옮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몇 가지를 연습하면 관계가 덜 흔들리고, 덜 깨지고, 덜 지칠 수 있다. 불안형은 감정이 커지는 만큼 관계도 빠르게 깊어진다. 그러나 감정이 빨리 커지면 관계는 쉽게 불안해지고, 작은 일에도 관계가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관계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매일 만나지는 않고 격일로 만나거나, 하루 중 잠깐은 연락을 쉬는 시간을 두거나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불안형들은 자꾸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를 사랑하는지, 내 마음을 아는지 등등. 그렇게 계속 확인하려 하면 상대는 자신을 추궁하거나 압박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불안형들은 상대에게 확인받고 싶을 때, 말투를 바꿔야 한다.
“왜 연락 안 해?” -> “너한테 소식 없으니까, 나 좀 불안했어.”
“나 싫어진 거야?” -> “조금 예민해져서 네 말이 필요했어.”
확인 욕구를, 감정을 공유하는 문장으로 바꾸면 상대는 공격받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서로에게 안심을 줄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불안형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주의하는 것이다. 두 불안형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너 하나면 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100%를 상대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 안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불안정하므로 그건 불가능하다.
사랑을 유지하려면 자기 감정은 스스로 챙기는 힘이 조금은 필요하다. 산책하거나 취미를 갖거나 하루에 3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 돌봄을 회복하는 순간 관계 전체가 차분해진다. 한 사람이 안정되면 둘 사이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다른 불안형을 만나면서 뜨거운 사랑을 했다. 그러나 그 뜨거움 때문에 많이 다쳤다. 그러나 그 경험은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었다.
불안형인 내가 다른 불안한 유형의 사람을 만날 때 생각하는 것은 이거 하나다.
사랑이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 나는 먼저 나를 지켜야 한다.
상대가 불안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도 불안이 있기에 흔들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애착유형을 이해하고, 좀 더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