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혼돈형과 안정형 애착유형의 만남 (1)

by 이레 Ireh

혼돈형 애착 유형인 성훈과 안정형 애착 유형인 나경이 처음 만나던 날, 성훈은 나경의 말투가 너무 차분해서 처음엔 조금 심심하다고 느꼈다. 성훈이 이전에 만났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톡톡 튀고 활발했다. 성훈은 그런 여자들이 자신의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만나왔다. 하지만 나경과 대화가 이어지자 오히려 성훈은 매료되었다. 나경은 흔들리는 눈빛도 없었고, 감정이 튀지도 않았다. 말 하나하나 신중하고 부드러웠다. 이때까지 만나왔던 여자들처럼 불꽃 튀는 무언가는 없었지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성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편안하다.”


나경이도 마찬가지였다. 성훈의 다정함과 따뜻한 미소가 마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경을 끌어당긴 건 성훈이 보여준 깊은 감정의 결이었다. 나경은 표현이 솔직하고, 마음이 풍부한 성훈이 좋았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 둘은 문제없이 잘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훈은 감정이 쏟아지는 대로 움직였다.


“나경아, 지금 뭐 해?”

“나경아, 오늘은 몇 시쯤 볼 수 있어?”

“나경아, 왜 나한테 요즘 신경 덜 쓰는 거야?”

"나경아, 나 바빠. 담에 만나."

“나경아, 나 오늘 친구들 만나야하니까, 오늘은 연락 못 해.”

“나경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왜 내 맘을 몰라줘?”


혼란형이었던 성훈은 상대가 좋지만,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있어서 감정이 왔다 갔다 했다. 좋으면 너무 좋고, 갑자기 혼자 불안해지고, 나경에게 기대고 싶다가도 다시 벽을 세웠다. 나경은 그런 감정의 파동을 처음 겪었다. 하지만 성훈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도 떠날 수가 없었다. 그가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너한테 뭐가 있던, 난 여기 있어.”


나경은 그렇게 말해주었고, 성훈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토록 따듯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데이트하고 있었다. 둘은 맛집을 찾아가 행복하게 밥을 먹었고, 카페에서 며칠 전 봤던 영화에 대해 다음 작품은 어떨지, 뭐가 제일 재밌었는지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경은 문득 말했다.


“성훈아, 너랑 있으면 참 좋아. 난 너랑 좀 더 깊은 관계로 잘 만나보고 싶어. 부담 주려는 건 아니고. 우리도 결혼이라는 걸 아예 무시할 나이는 아니니까.”


그 말에 성훈은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좋은 거지? 이 깊은 감정은 뭐야… 갑자기 이렇게 가까워지면 무서워. 만약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해놓고 날 떠나면? 그녀가 혹시 나에게 너무 다가온 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온 성훈은 혼란스러워졌다. 나경이 좋으면서도 그녀가 언제고 떠날 거 같아 미리 자신이 벽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나경이 오늘 좋았다고 카톡을 남겨도 성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뭘 어떻게 벽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는 성훈이었다. 성훈은 대충 피곤하다고 미묘하게 말을 돌린 후 먼저 잔다고 한 후 연락을 끊었다. 나경은 그런 성훈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다.

있느냐는 것이다.


이틀 뒤, 성훈은 결국 나경에게 말했다.


"나… 요즘 나경이 네가 너무 좋거든? 근데 그래서 불안해. 가까워질수록 겁나. 네가 나한테 실망할까 봐, 혹시 내가 버려질까 봐…"

나경은 잠시 성훈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런 마음 느끼는 거… 괜찮아. 너를 이해하고 싶어. 도망치고 싶으면 말만 해줘. 내가 잡지는 않을게. 하지만 내가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릴게.”


성훈은 그 말을 듣고 울컥했다. 누군가 자기 감정을 이렇게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경은 성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를 도와주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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