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지쳐가는 사람(2)

by 이레 Ireh

그가 감정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심리구조를 가진 데에는 갈등 회피로 안전을 확보했던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렸을 때 그의 집안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큰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감정을 말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구나.’

그래서 어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곧 살아남는 법이라 여겼다. 그때의 생존 기술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경우는 아니지만, 감정 억압을 하는 사람 중 조건적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다.


“착해야 사랑받는다.”

“말 잘 들어야 칭찬받는다.”


기분 나쁘다는 말, 서운하다는 말, 힘들다는 말은 사랑을 잃게 하는 말이라고 배운 경우가 그러하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말하면 관계가 깨질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그들은 무언가 말을 하기 전 걱정이 앞선다.

‘이 말을 하면 쟤가 실망하지 않을까?’

그리고 감정 억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

착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상대가 불편하면 안 된다.

분위기를 망쳐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이 과해지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평온함까지 망치게 되면 그것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되어버린다. 이 콤플렉스는 겉보기엔 따뜻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을 억누르는 가장 강력한 원인 중 하나다. 건후가 늘 “괜찮아”라고 말했던 이유도 결국 여기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그의 감정을 가장 깊은 곳에 가두고 있었다.


감정을 가둔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서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결국 건후처럼 관계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혼자 외롭게 남게 된다.

감정 억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괜찮아” 대신 “조금 속상했어.”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도록 하자.

또 감정을 말할 때 “너 때문에”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느꼈어”로 말하면 비난이 아니라 상태 진술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을 한꺼번에 다 들추어낼 필요도 없다. 작은 감정부터, 찔끔찔끔. 상대도, 나도 버겁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꺼내면 된다.

내 감정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압박은 사실 감정 억압의 가장 큰 뿌리다. 내 감정은 내가 말하고, 상대의 감정은 그 사람이 다룬다. 그 구분이 잡히기 시작하면 관계에서의 감정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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