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의 피로감 (1)

by 이레 Ireh

지유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인정하곤 했다. 자신이 예민하다는 것을. 그녀는 습관처럼 말했다.

“난 원래 예민하잖아.”

지유는 좋을 때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밝지만,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작은 일이 틀어지면 말투가 차가워지고,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지유는 가능하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상황을 두고 싶어 했다.

현수는 그런 지유와 결혼한 지 6개월 차였다. 현수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지유는 이미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지금 와? 30분에 도착한다며?”

“차가 좀 막혔어.”

“연락은? 한 통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 안 해?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야?”

“하… 지유야. 15분 늦었어. 15분. 퇴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잖아.”

“…뭐? 지금 네가 잘못해 놓고 그럴 수도 있다고?”


현수는 집에 오기 전부터 오늘 무슨 말을 해야 지유가 화내지 않을지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왔다. 모든 시뮬레이션에서 현수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미안해. 내가 신경 못 썼어.”

현수는 습관적으로 사과했다. 싸우기 싫었다. 지유의 감정의 높낮이를 맞춰주는 데에 점점 지쳐갔다.

지유의 기분이 좋을 때도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기분 좋게 데이트하다가도 현수가 일 얘기를 하거나 지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거스르게 만들면 분위기는 그대로 식어버렸다. 지유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일이었고 공감이나 감정적 지지에는 서툴렀다. 현수가 가끔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면 지유는 대충 넘기려고 했다.

“아, 오늘 팀장이랑 좀 부딪혀서 힘들었어.”

“그래? 에이~ 그런 걸로 왜 그래. 현수,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지유는 자신의 기분은 중요했으나 타인의 기분에 대한 지지는 하지 못했다. 현수는 결국 항상 지유의 눈치를 보고, 말을 조심하고, 감정을 누르고,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본인이 먼저 사과했다. 지유가 화날 것 같으면 상황을 통째로 감싸주었다. 어느 순간 현수는 자신의 감정이 단 한 번도 존중받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현수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유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냐… 근데… 왜 우리 관계는 나 혼자서만 지키고 있는 것 같지?”

오랫동안 눌러 온 감정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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