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의 피로감 (2)

by 이레 Ireh

현수와 지유의 관계가 힘들어진 이유는, 단순히 지유가 예민해서도, 현수가 착해서도 아니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무게의 차이, 즉 관계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힘들어진 것이다.


관계 불균형이란 두 사람이 주고받는 감정이나 노력, 에너지의 양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말한다. 연애에서는 누구나 잠시 더 노력하는 순간이 있다. 사랑은 늘 완벽한 1대1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균형이 지속되면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한쪽은 계속해서 주고, 다른 한쪽은 자연스럽게 받기만 하므로 주는 쪽이 끝내는 지치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점점 지치고 고립되고, 상대는 그 노력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감각해진다. 관계 불균형은 게으른 사람과 너무 착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깊은 심리적 구조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한 사람은 관계를 잃을까 봐 더 많이 준다. ‘이 정도는 해야 사랑받지’라는 불안이 행동을 밀어붙인다. 반대로 상대는 그 과한 에너지가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뒤로 물러난다. 이런 두 사람이 서로 맞물리면 관계는 금방 기울어진다.


지유와 현수는 사랑받을 자격감의 차이도 있었다. 현수는 “나는 더 노력해야 사랑받아.”라고 생각했고, 지유는 “난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라고 느꼈다. 이 자격감의 차이가 관계의 무게 중심을 바꿨다.

관계 불균형에서 주기만 하는 입장의 사람은 어느 순간 깨닫는다. 약속을 잡는 건 늘 나고, 사과하는 것도 늘 나고, 감정 조율은 물론 분위기를 풀어야 하는 일도 전부 나의 몫이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내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서운함이 있어도 차마 말하지 못한다. 말했다가 관계가 흔들릴까 두려워 몇 번이고 삼키고 또 삼킨다.


‘나만 사랑하나?’ 이 질문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는 게 없어 이상한 공허함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멈추는 순간… 관계도 같이 멈추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면 그때 이미 사랑은 둘이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한 사람이 떠받치는 구조가 된다.

관계의 불균형에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관계가 나를 위한 관계인지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관계인지 말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있다.

내가 멈췄을 때도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지 보면 된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건강한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내가 잠시 멈춰도 이 관계가 잘 유지되는가?’이다.

내가 연락을 하루 쉬어도 유지되는 관계

내가 감정을 말해도 깨지지 않는 관계

내가 먼저 사과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관계


이런 관계는 좋지 않다. 나 혼자서만 노력하는 관계이다. 언제든지 상대방의 마음에 따라 부서질 수 있는 관계이다. 사랑의 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굴리는 거다. 내가 멈추는 순간 관계가 멈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모든 것을 혼자 떠받치지 않고 둘이 맞잡는 사랑을 찾는 것이 우리가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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