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다치게 하는 관계_데이트폭력 (1)

by 이레 Ireh

우리 앞에 세연이 털썩 주저앉았다. 모여 있던 우리는 늦은 세연을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그녀의 몸을 살폈다. 팔에는 멍이 퍼져있었다. 목에는 손자국인지 무언가에 눌린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20대 초반, 감정에 미숙한 우리였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우리 중 나름대로 주장이 강한 친구가 세연의 손목을 잡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 이건 아니잖아! 걔랑 아무리 오래 만났다 해도, 이건 아니지. 경찰에 신고해!”


세연이 그를 만나던 당시에는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언론도, 사람들도 관심이 없을 때였다. 당연히 이런 문제로 경찰에 신고한다는 자체에 피해자도, 주변 사람들도 과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우리 역시 이것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지, 둘만의 애정 싸움으로 둬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인가, 이건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신고하든, 헤어지든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였으나 세연이 거부했다. 세연은 몸에 멍이 들어 오기 일쑤였다. 분명 우리 눈에는 아파 보였는데 세연은 한사코 괜찮다고 했다. 우리가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세연은 말했다.


“괜찮아. 걔가 진짜 착한 애인데. 이번만 그런 거야. 실수야. 다음부터는 안 그런다고 했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넌 왜 아직도 그 사람을 만나? 도대체 왜?”

세연은 내 의문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을 때는… 진짜 너무 좋거든. 난 얘 못 떠나…”

세연의 말에 숨이 턱 막혀오는 걸 느꼈다.


세연이 만나고 있던 남자인 진우는 세연과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왔다. 나도 그를 세 번 정도 만났었다. 그는 겉보기에 멀쩡하고 세연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데이트폭력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둘이 사랑싸움을 유달리 세게 했나보다 하고 넘겼다. 그러나 그는 세연에게 어느 순간부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고 우리가 인지했을 때쯤에는 꽤 시간이 지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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