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다치게 하는 관계_데이트폭력 (2)

by 이레 Ireh

세연이의 말에 의하면 진우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갑자기 별거 아닌 걸로 폭발한다고 했다. 폭발해 버린 진우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진우는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고, 욕했다. 특히 세연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날에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그는 세연의 손목을 잡아끌고, 밀치고 때렸다. 세연은 그런 진우가 너무 무섭고 싫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할라치면 그다음 진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진심 같아서 세연은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진우는 폭력을 휘두른 후에는 정말 후회하는 것처럼 세연의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빌었다.

“미안해. 너 없으면 난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널 잃을까 봐 무서웠어. 내가 미쳤었나 봐. 세연아, 난 정말 너를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다시는 안 그럴게. 정말이야. 내가 한 번만 더 손찌검하면 내 손을 잘라버릴게.”

그렇게 진우가 울면서 말하면 세연은 흔들리고 말았다.


‘진우도 진심이 아니었을 거야. 그래. 내가 친구 생일 파티에 안 가면 되는 거였는데…’


세연이 느끼기에 진우는 평소에 정말 다정했다. 문득 꽃을 사 오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챙겨오기도 하는 남자였다. 너만을 사랑한다는 느낌이 듬뿍 들게 하는 진우의 말과 행동이 있는 날이면 세연은 날아갈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듯했다. 폭력과 달콤함의 반복으로 세연은 혼란스러웠다. 마음속에서는 두 목소리가 싸웠지만, 결론은 늘 같았다.


‘진우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냥 상처가 많아서 그래. 내가 잘하면 그도 괜찮아질 거야.’

마음은 그리 먹었지만, 진우가 심하게 때리는 날이면 세연은 두려워졌다. 이러다가 자신이 죽을 것만 같았다. 머리를 심하게 박아 잠시 기절했다 깨어났던 날, 세연은 마음을 크게 먹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연애할 수는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고, 곧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데, 몸에 멍이 있는 상태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세연은 진우에게 말했다.

“헤어지자.”

진우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차로 세연을 질질 끌고 갔다. 차 안에 갇힌 세연은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진우가 뿜어내는 분노가 온몸으로 넘어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헤어지자고? 그럼 그냥 우리 둘 다 죽는 거야.”

세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지, 그녀는 진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세연은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진우의 다음 말이 세연을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 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떠나면 나 죽어. 세연아. 정말,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세연은 멈춰버렸다. 죄책감과 공포가 뒤섞여서.


세연은 그날도 결국 진우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답답함을 느꼈고, 화도 났고, 무서웠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해도 세연의 마음은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세연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연애 문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리가 있었다.


세연은 왜 데이트 폭력을 당하면서도 진우를 떠날 수 없었을까?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 사람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본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왜 당장 떠나지 않냐 답답해한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세연의 상태를 ‘매 맞는 여성(아내)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 매 맞는 남성 증후군 또는 매 맞는 남편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매 맞는 여성 증후군은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가 가해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은 특히 주기성을 띠고 일어난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다툼이나 불만으로 시작되어 긴장감이 고조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기분을 맞추려 하고 자기 행동을 검열하며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고조된 긴장감은 폭력으로 폭발하게 된다. 이때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적 폭력이 포함된다. 피해자는 이 시기에 엄청난 공포와 무력감을 느낀다. 폭력이 끝나고 가해자는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며, 다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선물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따뜻하게 행동한다. 피해자는 이 시기에 이제 가해자가 예전의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안심하지만, 곧 다시 긴장감은 고조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은 처음부터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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