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은 여자친구 은서를 정말 좋아했다. 은서는 예쁘고, 잘 웃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은서가 자신을 만나주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민석은 은서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큼 불안했다.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지? 갑자기 마음이 식으면 어떡하지?’
이 생각들이 민석의 마음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웅웅댔다. 민석은 이런 마음을 말로 전달할 줄 몰랐다. 자신의 불안을 말하지 못해서 다소 엉뚱한 방식으로 터뜨렸다.
민석은 은서가 조금만 바빠 보여도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나 서운해.”라고 말하진 않았다.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대신 민석은 은서에게 연락하지 않는 방법을 취했다. 연락을 끊어버리면 은서가 언젠가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자기야, 바빠요?
-왜 연락이 안 돼. 민석아!
-자기야! 뭐 해?
처음에는 답해주지 않았다. 민석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 없는 동안 네 반응이 어떨지 봐야겠어. 날 찾긴 하는지 궁금해. 나 좋아하는 거 맞겠지?’
은서가 혼자서 민석 없는 카톡방에 3, 4번 카톡을 보낼 때쯤 민석은 답해 주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카톡에 답했지만, 민석의 마음은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민석은 은서와 평범하게 데이트하고 좋은 하루를 보냈던 날에도 집에 돌아가면 불안했다.
‘오늘 내게 한 말은 진심일까? 내가 없을 때 더 좋은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은서에게 몇 번이고 물었다.
“너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지?”
은서는 그런 민석이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민석의 물음이 반복되자 “왜? 또 걱정돼?”라고 되묻기 시작했다. 그럼, 민석은 “아니야, 그냥.” 하며 얼버무렸다.
말과는 달리 사실은 많은 일이 민석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확신을 받아 내고 싶은 마음, 그 확신이 금방 사라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민석을 괴롭히고 있었다.
은서가 친구들 모임에 가는 날이면 민석은 괜히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잘 다녀와.”
말은 이랬지만 태도가 달랐다. 은서는 눈치를 챘다.
“왜 그래? 싫어?”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잘 다녀오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그래, 네가 날 얼마만큼 신경 쓰는지 봐야겠어. 내가 이러는데도 그냥 가는지…’
은서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험이었다.
“재밌었어? 누구누구 왔어? 남자는? 저번에 왔던 그 친구도 왔어? 여자 친구들만 있었어?”
민석은 질문을 쏟아냈다. 은서가 조금만 대답을 망설이면 민석의 표정은 금방 굳었다.
‘봐… 역시 내가 중요하지 않은 거잖아.’
은서는 계속해서 설명해야 했고, 민석은 그 설명을 들으면서도 안도와 불신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나서는 민석은 잠수에 가깝게 연락 두절 했다. 그러면 은서는 늘 민석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뭘 잘못했어?
-나한테 말해줘.
그런 은서의 카톡을 보는 순간 민석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안정감을 느꼈다.
‘아… 나를 이렇게까지 찾네. 역시 나를 좋아하는 거 맞구나.’
은서가 붙잡아주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민석은 며칠 동안 자신과 은서를 불안에 밀어 넣었다. 그의 확인을 받는 방법은 극단적이었다. 은서가 정말 바빠 민석을 못 챙기는 날이면 민석은 바로 이런 생각에 빠졌다.
‘역시야… 역시 나는 이렇게밖에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
잠들기 전까지 심장 한쪽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아팠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왜 이렇게 무섭지…’
민석은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서 밀어냈고, 확신을 얻고 싶어서 시험했으며,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상처를 줬다. 상대가 충분히 붙잡아줄 때는 안도했지만, 단 한 번만 반응이 조금 달라도 바로 무너지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결국 사랑을 흔들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