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상대를 밀고 당기는 불안형 연애 (2)

by 이레 Ireh

민석 같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심리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상대를 밀어내고, 갑자기 냉정해지고, 이유 없이 시험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모든 행동을 끌어당기는 중심에는 버림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민석은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다. 거부 민감성이란 상대에게 거절당할 거라는 생각에 불안을 자주 느끼고, 사소한 일에도 거부당했다고 생각해서 과잉 반응하는 성향을 말한다. 민석은 은서가 조금만 태도가 달라져도 그게 단순한 피곤함인지, 바쁨인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항상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혹시… 마음이 식었나? 오늘 좀 무심한 건… 헤어지려고 준비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의 상상에서 오는 두려움은 아주 컸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민석은 헤어질까봐 두려운 상황이 오면 역설적으로 자신이 먼저 밀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연락을 끊고, 먼저 말투를 차갑게 하고, 먼저 거리를 뒀다. 모든 행동에는 같은 심리가 숨어 있다.


네가 날 버릴 거면, 내가 먼저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거야.


버림받는 순간에 느낄 상처가 무서울 때 일부러 작은 상처를 먼저 만드는 사람들이 거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민석은 또한 불안형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범한 방법으로는 확인하지 못한다. 좋다고 말해도, 안아줘도,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그들의 불안을 안정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은 약간의 변화로도 바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계속된 불안으로 인해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이 점점 극단적이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도 날 사랑할 수 있어?’라는 식으로 상대를 시험하고 감정을 확인하려 든다.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차갑게 대하거나, 일부러 연락 끊고 반응 본다거나, 작은 질투 유발하기도 하고, 헤어지자는 말로 상대 반응 테스트하기도 한다. 때론 울먹이며 사소한 서운함을 과하게 표현한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관계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이건 일반적인 사람이 가진 소유욕이라기 보단 헤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통제욕구이다.


표면적으로는 “나 화났어.” “나 무서워.” “나 섭섭해.” 라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망가진 모습이어도… 너는 여전히 나를 선택해 줄 거야?”


그들에게 상대를 시험하는 것은 일면 관계를 지키려는 행동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계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 시험의 목적은 해결이 아니라 확인이기 때문이다. 민석은 싸움이 해결되길 원한 것이 아니라 은서가 “아니야, 나는 너 좋아해. 어디 안 가.”라고 말해주기만을 바랐다. 은서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했다.


민석은 은서를 사랑하지 않아서 밀어낸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해서 동시에 너무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상대를 잃을까 봐 확신을 갈구하고 그걸 위해 더 강한 시험을 만든다. 그러나 그 시험 때문에 관계는 더 흔들린다. 사랑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오히려 사랑을 해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불안형 애착의 핵심 비극이 바로 이것이다.

상대의 사랑을 시험하는 행동은 결국 관계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그 방식이 왜곡되면 관계는 점점 더 흔들린다. 이 패턴을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다.


시험하지 말고, 불안을 말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계속 시험 받으면 지친다. 하지만 시험에 드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은 들으면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 사실 지금 좀 불안했어.”

“네 마음이 궁금해서 혼자 상상했어.”

“이런 상황이 오면 내가 마음이 조금 복잡해져.”


그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상대로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시험은 상대를 멀어지게 하지만, 감정 표현은 상대를 가까워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 단순한 전환이 상대를 밀어내며 시험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관계 기술이다.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시험하지 말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그 패턴을 멈추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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