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습관적으로 바람 피우는 사람 (1)

by 이레 Ireh

준혁은 결혼 3년차였다. 그는 언제나 차분하고 성실한 남자였다. 회사에서는 신뢰받았다. 집에서는 먼저 설거지를 하고, 아내보다 일찍 일어나 도마에 과일을 썰어두는 사람이었다. 주변 누구에게 물어도 “걔? 괜찮은 사람이지.”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의 아내는 그를 믿었다.


준혁은 그런 신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준혁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욕구가 그의 내면에 있었다. 그는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웠다. 어떤 치명적인 계기도 없었고, 아내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도 아니었다. 그저 준혁 내부의 공허함 때문이었다.


결혼 초반엔 아내와의 관계에 충분히 만족했다. 함께 요리하고, 영화도 보고, 함께 장을 보고 장난을 치며 웃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1년을 지나면서 준혁은 설명하기 어려운 빈 자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내가 채워주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자리였다.


그 공허함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 고개를 들었다. 회사에서 신입 직원이 “팀장님, 그 자료 진짜 도움 됐어요. 정말 감사해요!” 하며 눈을 반짝이며 칭찬할때였다. 그녀의 말투에 특별함은 없었지만 준혁은 자신이 갑자기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남자가 된 것처럼 가슴이 묘하게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편의점에서 영수증을 건네며 손끝이 살짝 스친 여자 직원도 있었다. 스친 건 1초였지만 준혁은 그 짧은 순간에도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틈새로 흘렸다.

준혁은 그런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오늘은 어땠어?” 하며 반갑게 맞아줄 때 그는 자신이 도대체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준혁은 자신의 고민을 동성친구들에게 공유했고, 친구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와이프 몰래 여자들을 가볍게 만나보라고 했다. 결국 준혁은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보게 되었다. 그녀들은 대부분 가볍게 다가왔다.

“오빠 오늘 얘기 너무 재밌었어요.”

“다음에 커피 한 번 마실래요?”

“다음 주에 술 한잔 해요.”


준혁 역시 가볍게 응했다. 처음엔 그저 ‘밥이나 한 끼 먹는 정도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혁은 알고 있었다. 그 한 끼가 어디로 향하는지. 대화는 점점 깊어지고, 만남은 점점 잦아지고, 서로만 아는 에피소드가 생기고, 아내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둘만 아는 공간에서 준혁은 어떤 벽도 세우지 않았다. 그 순간에 그는 아내를 떠올리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의 감정만이 중요했다. 마치 빛을 잃은 감정에 잠깐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준혁은 이렇게 느꼈다.


‘나는 아직 괜찮은 사람인가?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인가?’


누군가 여미새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낯선 여자와 만나 얻는 것들은 아내가 줄 수 있는 안정과는 달랐다. 설렘, 확인, 긴장, 열기… 그 모든 것이 혼합된 자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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