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내 친구들과 나는 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적이 있다. 바로 남자친구와의 스킨쉽,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나였다. 지금은 좋으면 그냥 스킨쉽을 할 수 있는 거고 싫으면 거절할 수 있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20대 때의 우리는 거절하는 두려움과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원치 않는 스킨쉽을 꾸역꾸역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가 보통 관계에서 먼저 하는 건 상대의 감정에 맞추기, 상대 마음 추측하기, 상대 눈치 보기이다. 처음 만난 관계에서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걸 해야 한다. 다만 이게 습관이 되면 내 감정이 뒷전이 된다. 그러면 나는 관계에서 사라진다.
자기 배려가 없으면 관계는 불균형해진다. 한쪽이 너무 많이 내주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관계는 결국 기울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의 행동에 쉽게 휘둘린다. 내가 나에게 친절하면 상대가 나를 거절해도 덜 아프지만, 내가 나에게 불친절하면 상대보다 내가 나를 더 가혹하게 대한다.
우리는 아프지 않기 위해 우리를 배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를 배려하는 기술은 뭘까? 간단하다. 내가 나에게 친절해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괜찮은 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대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고,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부터 서둘러 “괜찮아”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순간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말한다.
“이건 괜찮지 않아.”
“이건 나한테 중요한 부분이야.”
“오늘은 나도 좀 지쳤어.”
내가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을 때, 오히려 관계는 더 안전해졌다. 괜찮은 척, 척하는 것은 결국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고 그랬을 때 대부분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