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으로 우리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관계에서 가장 많은 오해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처럼 보이는 추측에서 온다. 예를 들어, 상대가 답장이 늦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관심이 줄었다고 추측한다. 그리고 상대의 톤이 차갑다는 사실을 나를 싫어한다고 성급한 추측을 한다. 그렇게 어떤 감정이든 내 마음이 추측에 사실을 부여하면 우리는 오해하게 된다.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내가 만든 해석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은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상처를 막아준다. 누군가의 행동을 판단하기 전에 내 불안이 만든 이야기와 실제로 일어난 일을 분리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친밀함의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리두기가 중요하다. 앞서 거리두리 편에서도 설명했지만, 이 기술은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경계가 흐려지고 감정이 뒤섞이고 책임선이 모호해진다. 그래서 때때로 이렇게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
‘너의 선택은 너의 것. 나의 감정의 중심은 나에게.’
상대가 나를 선택하지 않는 순간이 와도 그 선택이 나의 존재를 무너뜨리지는 않아야 한다. 거절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와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 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거절을 두려워하고, 만나고 있는 상대방이 내 하루를 온전히 채우길 기대했다. 그러다가 실망하고 초조해지곤 했다. 그런 관계에서는 필히 내 자존감은 떨어지고 상처받는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지만 나를 알아가고, 관계에 대해 알아가면서 특히 거절 불안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두렵긴 하지만 두려워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거절이 두려운 것은 내가 사랑을 대충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애정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는 의미다. 상처는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다만 사랑을 하되, 상대가 나를 선택하길 기다리면서 나를 잃지는 않아야 한다. 사람을 기다리는 건 아름답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자기를 놓치는 건 슬프다. 사랑을 지키려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우리는 너무 자주 한다. 나를 지키는 사람이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연애하던 시절에 옆으로 누워 방에 불을 다 꺼놓고 잠이 오지 않아 폰을 잡고 상대방과 주고 받은 대화를 곱씹은 적이 많다.
그는 어떤 마음일까. 그는 나를 사랑할까. 나는 그를 사랑하는 걸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는 그와 얼마나 오래 만날 수 있을까. 그는 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는 걸까.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면 어떡하지. 난 얼마나 아플까.
나는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내 마음을 잃어가던 시간이 많았다. 그가 정말로 나를 거절한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나 자신을 거절하고 밀어냈다. 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날, 아주 오랜만에 내 마음을 내가 품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