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어가 싫어

by 이레 Ireh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집안 어른들도 공부에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처음부터 나와 맞지 않는 언어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본 영어 시험에서 점수는 3점이었다. 시험지를 받았을 때부터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묻는지 몰랐고 어떤 문장이 맞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문법이 어색한지, 주제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기 다섯 개는 전부 같아 보였다.


나는 영어가 싫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펼치면 글자는 줄지어 있었지만 뜻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걸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교실에 앉아 있으면 차이는 더 분명해졌다. 주변의 아이들은 이미 학원에서 영어를 배워온 상태였다. 친구들은 단어를 알고 있었고, 문장을 읽을 수 있었고, 선생님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손을 들었다. 칠판의 문장은 그들에게는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기호에 가까웠다.


나는 그 수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모두가 외계어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를까 봐 수업 내내 눈치를 봤다. 제발 내 이름을 부르지 마! 속으로 소리쳤다.


어느 날 아빠는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영어 한 번 써봐라.”

숙제를 하라는 말이었는지, 시험을 대비하라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영어를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 말이 그렇게 큰 잘못이 될 줄은 몰랐다. 사실이었다. 학원을 다닌 적도 없었고 집에서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다. 나는 그냥 학교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배웠다고 하기엔 내 안에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또 모르겠다고 말하기엔 괜히 아빠의 화를 더 키울 것 같았다.


순식간에 뺨에 불이 튀는 것 같았고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귀가 울렸고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뭔가 웅웅거렸다. 한 번이 아니었다. 몇 대였는지도 모른다. 그 다음에는 발이 왔다. 어디를 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몸이 밀렸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 엄마 닮아가지고. 공부는 왜 안 해?”

그날 이후 나는 영어가 싫어졌다.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맞아야 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게 아닌데.

학교에 간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난 영어가 싫어졌다. 영어는 꼴도 보기 싫어졌다.

아마 나만의 작은 반항이 아니었을까.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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