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 상경기

시작은 이별이었다.

by 수련

평생을 나고 자란 동네를 처음 벗어나기로 결심한 동력이 좀 더 그럴듯했다면 좋았겠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남루하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고비마다 내가 고립되지 않도록 곁을 지켜준 이들이 있었다. 친구든, 지금은 떠나간 연인이든.

그러나 이번 이별은 뭔가 달랐다. 최근 친한 친구들이 연달아 결혼해버리기도 했고, 이번엔 정말 철저히 혼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내가 온전히 나로 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결심이 곧 흐려져버릴 것도 알았다. 난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바뀔 수 없다면 환경을 바꿔야만 했다.


그렇게 서른의 나는 학교도, 직장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버렸다. 그리고 쉐어하우스에 살게 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늘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던 지금까지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선택이다. 매일이 불편함과 마주하는 여정이다. 내가 이렇게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던가? 싱크대와 세면대 주변으로 흥건하게 고인 물, 숟가락에 남아 있는 밥풀 자국 등 모든 것에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포기하고 다시 예전의 삶, 아침 해가 뜰 때부터 어서 밤이 오길 기다리던 삶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당분간은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낯선 도시에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희한하게도 나는 하루하루 선명해져 갔다. 남들에겐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는 절대 견딜 수 없는 것,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등 내 안의 우선순위가 세워졌다. 살면서 이렇게 또렷이 스스로 바라본 적이 있던가.


시작은 볼품없는 이별이었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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