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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Oct 28. 2024

꾸준히 해 나가는 용기

이방인의 언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칠판에 ABC를 적으며 소리를 설명했지만, 그게 나에겐 그저 이상한 기호처럼 느껴졌다.

파닉스? 발음 규칙? 그런 건 없었다.

대신 정해진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그 안에 있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설명받는 식이었다.

그땐 그게 영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영어는 결국 나를 배신했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 학교에 들어갔을 때,

교실 안은 마치 낯선 별에 떨어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웃으며 나누던 대화는 내가 배운 영어와 전혀 다른 언어 같았다.


TV 프로그램인 '티쳐스'에 나온 조정식 선생님이 한 번은 말했다.


 “영어 발음 체계는 엉망이에요. 진짜 뒤죽박죽이죠.”


그 말이 왜 그토록 나에게 와닿았는지는, 영어 실력이 좋아진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실 안은 마치 외계어가 오가는 낯선 별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서로 빠르게 주고받던 대화는 내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와는 전혀 다른 언어였다.

‘What’s your name?’(이름이 뭐야?) 정도는 알아들었지만, 그 외의 말들은 모두 빠르고 낯설게 들려왔다.

나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나가 보려고 했다. ‘How old are you?’(몇 살이야?)라는 문장도 조심스레 꺼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발음과는 전혀 달랐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연습했던 소리들이, 현실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매일같이 그들과 같은 말을 해야 했지만, 그 언어는 도무지 입에 붙지 않았다.

영어를 배워온 시간이 무색하게, 나는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발음을 내는 것 그중에서도 L과 R 발음이 들어간 단어들은 특히나 어려웠다.

예를 들어 world 나 learn처럼 두 소리가 섞인 단어들은 내 혀를 매번 꼬이게 만들었다.

처음엔 둘의 차이조차 느끼지 못했다. 한 음절씩 나누어 연습하고, 거울 앞에서 입 모양을 바꿔가며 발음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십 번을 되뇌었지만,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들렸다.

틀릴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현재는 그냥 대화 속에 흘러가듯 말이 나오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 '엉망진창'의 세계에 천천히 적응해 갔다. 매일 틀리고, 무시당하고,

또 부딪히면서 영어가 내 것이 되어 갔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영어가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엉망진창 속에서도 길을 찾아가는 게 어쩌면 진짜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 책으로 시작하는 영어 공부의 중요성

언어를 배울 때 대화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읽기를 통해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는 어린이 책이 훌륭한 도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소설이나 복잡한 교재로 시작하려다가 금세 좌절하곤 하지만,

어린이 책은 간단하고 부담 없이 학습할 수 있는 최고의 출발점이 된다.


어린이 책의 장점

어린이 책은 언어 학습자에게 이상적인 여러 가지 특성을 갖추고 있다. 우선, 간단한 어휘와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복되는 문장 구조는 자연스럽게 패턴을 익히도록 도와주며, 그림은 텍스트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지원해 준다. 복잡한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익히는 데 유용하다.또한, 어린이 책은 재미있고 친근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언어를 공부할 때 흥미가 중요하듯이,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학습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흥미를 느끼면 학습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문장과 표현을 접하게 된다.


‘해리포터’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끔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해리포터로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훌륭한 책이지만, 처음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는 어휘와 문장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판타지 소설 특유의 어려운 단어와 긴 문장은 초보자들에게 오히려 좌절감을 줄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학습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쉽다. 영어로 소설을 읽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잡되, 기초를 확실히 다진 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언어 학습은 마라톤과 같아서 작고 쉬운 출발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어린이 책을 활용한 효과적인 학습 방법

어린이 책을 활용한 학습은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리 내어 읽기는 발음과 억양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림을 통해 문맥을 예측하며 읽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학습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성취감을 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자주 읽다 보면 점점 영어에 자신감이 붙는다.

쉬운 책에서 출발해 점차 수준 높은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학습 동기를 더욱 강화해 준다.


언어 학습의 첫걸음으로서의 의미

언어를 배우는 것은 거대한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누는 것과 같다.

어린이 책은 그 첫 번째 단계로서 적합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선택하는 대신,

어린이 책을 통해 부담 없이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더 큰 도전을 할 용기가 생긴다. 언어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작은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다.

어린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영어 공부의 수단일 뿐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이 작은 한 걸음이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꾸준히 나아갈 용기

어린이 책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쉬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언어 학습의 가장 현명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책에 도전하기 전, 친근하고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작은 성취가 쌓여 큰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비가 되기 위해 천천히 자라나는 애벌레처럼, 우리도 작은 시작에서부터 성장할 수 있다.

언어 학습은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히 나아가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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