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의 소음을 거부하다
요즘 한국 연예인들이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유독 많이 접한다. 최근에는 뉴진스의 민지가 샤넬의 앰버서더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블랙핑크 멤버들은 각각 디올, 생로랑, 샤넬, 셀린느의 앰버서더를 맡고 있다. 한국의 가수가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앰버서더라는 사실이 참 반갑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확장했다는 뜻일까?
앰버서더를 위시한 마케팅 전략은 주요 소비자 그룹을 겨냥한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를 확인해보면, 아시아인이 눈에 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호황을 맞았던 이유는 한국과 중국 시장 때문이었고,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럭셔리 브랜드 소비 규모가 전 세계 1위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인의 ‘명품’ 소비는 전 세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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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럭셔리 브랜드 소비 목적은 주로 ‘로고’다.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브랜드의 로고가 가장 눈에 띈다. 하얀 코트에 ‘BALENCIAGA’라는 로고가 수없이 반복되는 제품도 보았다. 로고는 품질과 디자인보다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스타일링은 개인의 만족이고, 따라서 로고 중심의 스타일링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그 목적이 ‘과시’라는 점이 안타깝다. 특히 한국이 럭셔리 브랜드 소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다수 한국인들이 재력을 뽐내는 데 열중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패션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스로의 다양한 모습보다 과시가 주요 목적이 되는 것은 협소하고 단조로운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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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라는 용어가 있다.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선명한 로고를 통해 마치 큰 소리를 내는 것처럼 비유한 표현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와 정확히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조용한 럭셔리’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점점 대중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더 특별하고 독점적인 위치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구입하는 그룹’은 흔해졌고, 따라서 ‘가치 있는 제품을 알아보는 그룹’이라는 새로운 우상이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건 제품을 구입하거나, 튼튼한 옷을 오랫동안 입거나,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등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로고보다 스스로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더 나은 수단을 찾은 것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취향과 정체성 표현을 존중하면서 나타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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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입을 옷을 고르며 내일을 기대하고 스스로의 멋진 모습을 상상한다. 패션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은 자기긍정감의 표출이자 자기표현의 바람직한 방법이다. 패션의 세상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모든 취향을 존중하며 그 어떤 선택도 가능하다. 로고에 몰두하는 것보다 더 다채로운 표현방식을 탐색하는 것이 어떨까. 당신은 내일 무슨 옷을 입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