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하루 8-9시간을 이동만 했다. 결국 멀미가 나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느라 애를 써야 했다. 위는 위치도 그렇고 몸의 중심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자꾸만 흔들리는 몸을 견디기가 버거웠는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만 것 같다. 그제서야 단단한 땅을 디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즉, 고요함은 소리의 없음이 아닌 움직임의 없음이다. 고요함을 표현하는 단어는 의성어가 아니라 의태어일 것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비슷한 내용의 영상 두 개를 보았다. 하나는 한 스님이 나와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안심을 추구하라는 말씀을 하셨고, 다른 하나는 조인성 배우가 행복은 따로 없는 것 같다며 어떤 별일도 없는 평안이야말로 행복임을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행복을 이 시대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이자 인생 최고의 가치와도 같아졌는데, 그중 안심과 평안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어쩌면 우린 쾌락과 행복을 혼동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감정도 큰 편이라 즐거움도 크고 화도 크다. 남들보다 행복을 더 진하게 느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나, 어느 누군가는 내 거대한 감정을 벅차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감정임에도! 세상은 너무 양면적이어서, 행복이 지나치면 불행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행복을 잃을까봐 두려워지는 것처럼. 앞에서 말한 스님도 안심을 추구하라는 이유로 행복엔 불행이 따라옴을 꼽았다.
그렇다면 안심이란 행복도, 불행도 아닌 평상의 상태다. 어느 쪽에도 치우쳐지지 않은 중간의 상태. 하지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잘은 모르지만, 불교에서도 ‘중도'는 중요한 교리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어쩌면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삶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순간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순간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심은 정말이지 누리기 힘든 것이 아닌가. 어떤 무거운 근심도, 쾌락의 피로도 없는 상태를 얼마나 많이 느껴보았지?
아마 안심은 문득 느끼게 되는 감정인 듯하다. 집에 돌아와 침대 맡에 기대 앉았을 때 문득 느낀 고요함,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느끼는 평안과 같은 일상의 감정. 안심에 대해 고민하니 일상에 당연한 듯 자리했던 것들이 눈에 띈다. 극심한 고통이 없는 몸과, 전쟁이 없는 상태, 바깥의 추위 속에도 아늑한 집, 굶주리지 않아도 되며,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잘 살아있는 일상. 안심은 누리기 힘들면서도 바로 곁에 가까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