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찾지 마세요, 하지만 가끔은 찾아주세요

관계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적적함

by 이레네

백수가 되어보니 연락 없이 조용한 핸드폰이 참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퇴사 직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외딴 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가 고단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막상 정말로 퇴사를 하니 대인관계에 대한 자유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까!


즐거움도 잠시, 따로 만나서 밥을 먹자고 했던 직장 동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심 그들이 먼저 안부를 물어봐 주기를 기다리는 내 자신을 본다. 의례 했던 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연락이 없다면 서운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으면서도 카톡 알림이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야속하다.


요즘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들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은 왜일까? 그렇다고 연락을 먼저 하기에는 내 자신이 당당하지 못하다. 일이 힘들다고 울면서 나왔는데 먼저 안부를 묻기는 살짝 껄끄럽달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당연하지만, 내가 그렇게 불편해했던 사람들 생각도 많이 나는 것이 의아하다. 관계란 것이 참 그렇다. 피곤하면서도 막상 없어지면 아쉬운.


시절인연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애틋하고 돈독할 것만 같은 관계도 상황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관계가 느슨해졌다 해서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내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을 필요는 없다. 물론 아쉬울 수는 있다. 그 아쉬움을 이렇게 글로나마 표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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