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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Dec 01. 2021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부지런히 기록하겠습니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고, 또 좋아해 왔다.


초등학교 때는 작가가 꿈이었다. 글쓰기 상도 여럿 받았었고 일기 쓰는 것도 좋아했기에 자연스레 작가가 되기를 소망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서는 앞으로 다가 올 이십 대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기를 다시 쓰게 되었다. 그렇게 5-6년가량 꾸준히 글을 썼다. 마지막 기록은 아마 말라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직후일 것이다.


돌이켜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현재를 ‘기록하다’, ‘남기다’는 의미가 크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간을 추억하는 것처럼, 내게는 글이 저장 매체가 된다. 내가 했던 생각, 고민, 고뇌, 슬픔, 고통, 분노. 특별히 내게 글은 밝고 행복한 순간보다는 감정이 일렁이는 순간에 찾게 되는 도구이다. 말라위에 있을 때는 연필로 노트 한 바닥을 가득 채워서 매일 글을 쓰기도 했다. 창작의 뮤즈는 고통이다.



그리고 약 1년 전,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내 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게 되었다. 아직 소박한 작가이므로 조회수와 좋아요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적은 사람에게나마 내 마음이 수용받는 것을 느낄 때면, 그 순간만큼 해방감을 느낄 때가 없다. 그래, 나만 이런 생각 하는 게 아니지.


브런치를 통해 글을 써보니 느낀 점이 있다. 글 쓰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 때로는 발가벗은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공간이다 보니, 진정한 속마음을 기록하는 데에는 아직 연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쓴다. 마음이 복잡할 때 나 자신과 독대하는 자리랄까. 고민이 생길 때 친구를 찾아가는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먼저 찾는다.


무슨 일이야? 무엇이 널 괴롭히는 거야? 넌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초등학교 때 스무 번이고 더 읽었던 ‘안네의 일기’에서 나온 유대인 속담이 있다. 종이는 인내심이 강하다. Paper has more patience than people.

지금도 줄곳 이 속담을 기억하며 펜을 든다(‘아이패드를 켠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여전히 글은 종이와 펜으로 표현하는 게 제맛이기에).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내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주고받기를. 그렇다고 해서 보여지는 글이 아닌, 내게 가장 솔직한 글을 쓸 수 있기를. 그때까지 나는 열심히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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