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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Mar 10. 2022

취리히

2015년 5월 8일, 열세 번째 도시

이곳에서 환상적인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다.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널 때 잠깐 밖을 나가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날아갈 것만 같았다. 시원한 호수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느낌이란! 이곳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어디에서보다 자유롭다.

드디어 여행의 1막이 끝났다.  여행의 8할이었던 독일 여행을 마친 , 다음 도착지인 스위스로 향했다. 뮌헨에서 취리히까지는 버스와 페리를 이용해서 갔는데, 버스는 좁디좁았고 뒷자석에  독일 승객들이 시끄러웠다. 대신 페리를 타면서 반짝이는 호수를 보니 버스에서의 피로는 금세 사라졌다. 지금도 기억한다. 페리  갑판대에서 힘차게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던  순간.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풍경이지 않아요?"라고 말을 걸었던 그때. 그렇게 도착한 취리히는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스위스 풍경이었다.



취리히에 대해서는 유독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기억이 있다. 우선 뮌헨에서 취리히로 가는 터미널 안에서 한 한국인을 만났다. 당시 27살이었던 그 언니는 퇴사를 하고 유럽을 여행하고 있었다. 곧 여행이 끝나간다며, 이제 한창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여행을 하면 좋은 점은, 언제 어디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도 반갑게 친해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당시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짧은 식사시간이 아주 즐거웠다는 기억이 중요할 뿐이다.


취리히에서 먹은 감자채전(?)과 생선튀김. 감자채전은 거의 감자튀김 수준이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취리히 숙소에서도 한 한국인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분도 직장인이었는데 병원에서 일하는 분.. 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각자 일정을 보내고 와서 숙소에서 만나 띄엄띄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게 영어를 왜 이렇게 잘하냐며 호들갑스러운 칭찬을 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취리히 숙소 마지막 날, 숙소를 나와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같은 방을 쓰던 캐나다 친구와 함께 체크아웃을 했다. 그 친구는 스위스를 떠나는 일정이었는데, 스위스프랑이 남았다며 내게 카페에서 빵을 사주었다. 인상도 선하고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좋은 느낌을 남겨준 친구였다.



지난 여행 기록을 한 장 한 장씩 읽어보면, 그때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들의 현재를 상상하면서 마음의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선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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