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편해요 ?

by 서이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끊임없이 드는 의문이 있다. 내가 예민한 걸까, 이런 부당함에 문제제기를 하면 나만 피곤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걸까, 아니면 여기에 눈감고 지나가면 나 말고도 또 이런 말들과 처사로 고통받는 사람이 생기는 걸까.


사회생활 극초반 병아리(?!) 시절에는 많은 것들이 충격이었다. 그 때에는 뭣도 모르고 정의감과 신뢰로 불탈 때라,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이미 마련되어 있는 제도는 활용했고 웃으면서라도 뼈 있는 농담을 던지려고 했다. 친한 사이라면 개인적으로 찾아가 솔직하게 부드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가감 없이 이야기하면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에는 이상한 ‘사명감’이 있었다. 저런 부적절하고 상처 주는 말에 뼈있는 농담으로라도 불편함을 표시하지 않으면, 저런 말들은 계속 반복 확대 재생산되며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또 다치게 할 거라는.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불편한 티를 꼭 내고 싶다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게 더 복잡해졌다. 부드럽게라도 문제제기를 하면, 내가 피곤한 사람이 된다. 조직에서 어찌 됐든 잡음을 내는 건 좋지 않다. 그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런 고민은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하나하나의 부당함에 화를 내고 괴로워하면 내가 너무 힘들다. 부당함을 감지하는 센서를 무디게 하고, 눈을 감고 그냥 넘겨버려야 내가 편한 길일까. 정말로 ‘포기하면 편할까’?

포기하면 내 마음은 더 편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포기들이 모여 조직의 불합리함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포기한 나는 사실 그만큼 이 회사와 조직에 마음을 닫는 게 아닐까. 적어도 문제제기하고 열내며 싸움꾼 같이 다녔던 나는 그만큼 그 조직을 깊이 사랑했고 개선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목소리를 냈던 거니까. 그냥 꿋꿋히 감내하는 게 어른스러운 일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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