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생 첫 명품백을 샀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품백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명품백이 비싸다기에 100만원이려나? 했는데, 수백만 원, 비싼 건 수천만 원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그렇게 비싼 가방을 어떻게 사고 들고 다니는지 경이롭기까지 했었다.
언젠가부터 - 정확히 언제인지부터, 그리고 왜인지도 잘 모르겠다 - 명품에 관심이 생겼고, 각 브랜드와 유명한 시그니처 백들을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알게 되니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매고 있는 명품 가방을 인지하게 되었고(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정말이다), 생각보다 꽤 흔히 보임에 놀라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인생 첫 명품백을 사게 됐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그렇게 오래 갖고 싶었는데 가방을 사고 나오는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음이 좀 무거웠고, 이상하게 뒷맛이 썼다. 이게 정말 이만한 돈을 낼 만한 건가 의문이 들고, 이 돈을 벌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동을 해야 하는지 헤아려 보게 됐기 때문일까.
가방에 흠집이라도 날까 무서워서 거의 일주일 간은 메고 다니기는커녕 더스트백에서 꺼내지도 못했고, 드디어 개시한 날엔 온 신경이 가방으로 가 있었다. 누가 가방을 치고 가면 그렇게 예민하게 신경이 쓰일 수가 없었다. 이 가방은 내 분수에 안 맞는 걸까? 아주 전형적으로 소유가 나를 소유하는 현상이다.
이 모든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의 내가 우습고 재미있었다. 아마 당분간은 이 가방을 모시고 다니느라, 이 가방의 무게를 견디느라 에너지가 쓰일 것 같다. 생각은 뭐든 늘 바뀌니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으론 (적어도 당분간은) 명품을 안(못)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