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경계, 나는 홀로 선다
나는 지금, 내 방의 한쪽 구석에 놓인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스크린 속, 하얗게 비어 있는 문서 위로 커서가 깜빡인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지만, 마음속에 떠다니는 질문들은 여전히 형체가 없다.
2024년 10월 31일, 24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그때는 몰랐다.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내가 또 한 번 무너지리란 것을.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동굴로 들어갔다.
명예퇴직 후 혼자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후, 베트남, 제주도, 대만, 태국 여행을 거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나는 한결같이 '혼자'였다.
익숙한 도시의 밤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내 안의 깊은 고요를 마주했다.
때로는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서리쳤고, 때로는 바닥을 친 기분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울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다가도, 이내 다시 깊은 회의감에 빠져들곤 했다.
여전히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의 파도를 넘고, '과거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래 결국, 나는 간절히 붙잡고 싶었던 모든 사회적 역할의 확실한 루저가 되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그런 나 자신과의 대화다. 지나온 길의 발자국을 더듬으며, 왜 나는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과정이다.
한때는 '착한 딸'이자 '공무원', '세 아이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라는 굳건한 궤도 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궤도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변방에 홀로 서 있다. 이곳이 광야일지, 아니면 새로운 우주를 펼칠 무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나는 믿는다. 내 안에 '결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꽃이 나를 이끄는 유일한 '이정표'라는 것을.
이 이야기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나의 질문이자,
당신 안의 꺼지지 않는 불꽃을 찾아 나서라는 초대장이다.
나는 지금, 광야의 경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