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불꽃, 광야의 노래
창밖으로는 밤의 기운이 깊게 내려앉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빌딩 숲이 솟아올라 있고, 높고 낮은 아파트와 빌라, 상가 건물들마다 불빛이 켜져 있다.
그 빛들은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지고, 저마다의 시간을 품고 있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져 고요히 그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밤하늘은,
마치 내 안의 침묵과 닮아 있는 것만 같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수많은 삶이 저마다의 불을 켜고 이어지고 있다.
나 역시 그 수많은 불빛 중 하나다.
이 밤의 풍경은 나에게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트북을 덮었다. 스크린 속 지난 삶의 흔적들은 이제 더 이상 딱딱한 연대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때로 거친 파도였고, 때로는 고요한 강물이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졌지만, 이제는 그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모든 방황과 고난, 눈물과 웃음이 내 영혼을 빚어낸 시간이었음을 고요히 인정할 뿐이다.
내 사주가 '일행득기격'이라 했다.
전통적인 사주분석으로는 '저주받은 여자의 사주'라고,
한쪽으로 치우친 강렬한 불기운에 압도되어 당혹스럽고 무섭기까지 한 사주.
그러나 나는 다행스럽게도 좋은 시절에 태어났다.
인터넷에서 한 사주전문가가 말했다. "억압받지 말고, 광야를 달리고 대양을 누비라"고.
그 말처럼, 나는 굴레를 벗어던지려 애썼고,
때로는 강한 내면의 불꽃으로 굽히지 않으며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
세상이 던진 고통 속에서도, 나의 영혼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상처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진정한 나로 피어날 수 있는 거름이 되어주었다.
결국 나의 운명은, 남들보다 부족하게 태어난 것들을 평생에 걸쳐 채워가야 하는 배움의 길이었던 것이다.
내 삶의 모든 굽이 속에서도,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지탱한 것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었다.
내 뱃속에서 새로운 우주를 품었던 기적 같은 순간들.
그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은, 내가 이 생을 마치고 사라진 후에도 변치 않을 단 하나의 진리였다.
이제 그 사랑은 아이들을 넘어, 혼란과 아픔 속에 있는 이들을 향한 '치유의 불꽃'으로 조용히 확장되리라 믿는다.
한없이 소중한 생명을 품었던 나의 자궁이, 이제 세상의 아픔을 품는 그릇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여전히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의 파도를 넘고, '과거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이 흔들림마저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라는 것을.
나의 운명이 신의 뜻을 전달하여 세상을 밝히는 길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낭만적 방랑자처럼, 광야를 노래하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당신 안의 고요하지만 뜨거운 불꽃은 어디를 향하는가.
세상의 틀에 갇히지 말고, 당신의 영혼이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라.
당신 안에 숨겨진 힘을 믿고, 흔들리지 않는 당신만의 진리를 붙잡아라.
두려워 말고, 당신만의 광야로 나아가라.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당신 안의 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당신답게, 고요히 빛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