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용기, 나를 지키는 법

숙려기간의 어느 날, 나를 일으켜 세운 생각들

by 미정다움
나는 무엇에 열광하고 환호하는가?
무엇이 나의 감성을 일깨우고,
분노와 의지와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던 숙려기간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았다.

몇 번째 다시 보는 영상인지 모른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상처럼, 그 말들은 지난날의 나를 위로하고 현재의 나를 변호해 주었다.


영상은 말했다.


살아있고, 자기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위대한 4대 성인조차 욕을 먹는데, 평범한 우리가 어찌 비난을 피할 수 있으랴.
욕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색깔이 없다는 뜻이며,
모두에게 착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가장 착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말들이 나의 지난 시간을 관통했다.

집단주의 문화가 짙은 한국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공무원 조직은 그 경향성이 훨씬 짙다. 나 역시 이미 충분히 겪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해야 했다.

직접적인 비난에는 치열하게 맞서 싸워야 했고, 불의 앞에서는 침묵하지 말아야 했다.

침묵하는 다수가 결국 ‘악의 평범성’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아프게 깨달아왔으니까.


그날,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롤모델을 만났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였다.

그녀는 이성과 감정이 완벽하게 조화된 사람처럼 보였다.

모두가 금기시하고 이야기하기를 주저하던 것에 대해,

그녀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며 너무나도 쉽고 단단하게 자신의 소신을 말했다.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역사에 정직하지 못하는 것이 악입니다.”


그녀의 말은 비단 거대한 역사를 향한 외침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나의 개인적인 역사에 정직해지는 것.

타인의 시선 때문에, 욕먹는 것이 두려워 내 안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를 지키고, 나답게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용기라는 것을,

나는 그날 아침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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