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이기는 삶

<파친코>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by 미정다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그 자리를 지키면서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


드라마 <파친코>가 내게 전해준 것은, 한 시대의 아픈 역사를 넘어선 바로 이 생의 본질이었다.

차별과 부당함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삶을 이어온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거울처럼 지금의 나를 보았다.

남을 밟지 않으면 내가 밟히고 마는 조직의 생리 속에서, 나는 온전한 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여자는, 엄마는, 공무원은 이래야 한다’는 수많은 편견의 벽 앞에서 자유롭고자 애썼다. 그 시절의 가혹함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 역시 무너지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었다. 화면 속 그들의 꺾이지 않는 정신이, 그들의 유전자가 내 안에서도 똑같이 꿈틀대고 있음을 느꼈다.

세상은 원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것이기에,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 안다. 내가 부당함을 겪고 이겨내 온 나만의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내 앞날에도 크고 작은 시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나는 또 이겨내고, 또 이겨낼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나를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겼다.

나에 대한 믿음.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 어디에 있든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스스로에게 증명해 냈으니까. 누구라도 이런 나를 함부로 무너뜨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으며,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오늘의 이 선물 같은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내 삶의 중력만큼 그 무게를 온전히 이겨내 보겠다. 그것 자체가 삶이고, 나는 내 삶에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니까.




이 글은 2022년 4월, 이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음에도 한동안 이전의 공간에 머물러야 했던, 그리고 마침내 홀로서기를 바로 앞두고 있던 시절의 기록입니다. 혼돈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때, <파친코> 속 인물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제게 큰 용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중력을 이기는 삶’을 살겠다던 그 치열한 다짐은, 곧이어 닥쳐올 더 큰 운명의 파도를 넘기 위한 저만의 기도이자 예행연습이었습니다. 구태의연하고 반복적인 구호처럼 들리겠지만, 내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그 간절한 외침이 있었기에, 저는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