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의가 상처로 돌아올 때

대가 없는 베풂의 딜레마에 대하여

by 미정다움

솔선수범과 배려.

나는 타인을 향한 다정한 마음의 표현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베풀 때는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마음의 선순환이 결국엔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화학작용이라는 건, 일방적이게 되면 지치게 마련이다.

며칠 전, 나는 그 지쳐버린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점심시간이었다. 누군가의 호의로 동료들의 점심시간은 꽤나 여유로웠다.

나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며 ‘저 친구들이 점심시간 동안 여유를 즐겼구나,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동료들의 손에는 카페 로고가 찍힌 커피 캔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스쳤다.

‘혹시나.. 내 것도 있을까?’ 나라면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면 늘 나에게 먼저 마음을 써주던 동료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쯤은 사다 주었을 것 같아서.

내가 그동안 사주었던 수많은 커피와 밥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 마음 하나.

하지만 그들의 마음의 여유는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내가 모든 걸 알 수는 없으니..


하지만 내 속마음은.. '결국 똑같구나. 나의 선의는 언제나 그것으로 끝이구나.'

어쩌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선의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하고 그 순간이 즐거워 베푼 것이니, 다른 것은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생겨난 상처는 며칠 동안 나를 괴롭혔다.


나는 며칠 후 점심을 먹고 그 카페에 가서 달달한 커피를 사서 돌아오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 잠시 멈추자. 닫힌 내 맘이 풀릴 때까지 당분간 베푸는 것은 나에게만 하자.”

내 마음이 이토록 인정받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일이다.

베푸는 것도 상대의 반응을 봐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문을 닫겠다는 뜻이 아니다.


나를 지키고 내 감정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선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소외감, 원망스러움, 서운함 같은 감정을 느끼는 구차한 나 자신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한 감정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대로 받아들이자.

대신,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나는 나에게 맛있는 것을 대접하기로 했다.





이것은 몇 년 전 직장생활 중 있었던 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제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가장 위험한 신호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되었든, 제가 되었든, 이 감정은 처음엔 힘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파괴적인 결과를 낳더군요.

미세한 서운함의 신호는 키우지 말고 풀어야 합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때 동료들은 저만 특별히 챙길 수 없었다는 것을요.

사무실에는 저 말고도 많은 직원들이 함께 근무했으니까요.

오히려 저만 챙겨주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겠지요.

그때의 저는 굉장한 자의식 과잉 상태였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운한 마음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과거의 제 모습만큼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서운함을 담아두지 말자구요.

알고 보면 오해인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예쁜 말로 오해를 푸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나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해주면서 그 감정을 키우지 말았음 해요.

진짜 아닌 관계라면, 그때 가서 끊어내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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