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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친구(1)

나는 건강한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by 이리재

사춘기, 친구가 최고

중학교의 아이들은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중입니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될 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서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간을 가지게 되죠.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존재로서의 ‘나’에 대해 갈망하는 동시에 그러한 존재를 또래집단에서 찾으려 하는 모순된 경향을 띄게 됩니다. 자신이 속한 또래집단에서 자신을 정의하고자 하며 그로 인해 부모님과 같은 윗세대의 조언이나 충고는 ‘고리타분’한 잔소리가 되고,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감정이 요동치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일상생활에서도 뚜렷이 관찰됩니다. 가족 모임에서의 표정과 친구들과 있을 때의 표정이 확연히 다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정도로 친구들과 있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소중히 여깁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들, 특히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됩니다. 친구들 사이의 유행에 민감해지고 이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부모 세대에 반항심과 반감을 가지기 십상입니다.

사춘기 시기, 친밀한 우정은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학년 초반, 지민이는 밝고 쾌활하며 리더십이 강한 아이였습니다. 이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지민이도 주변 친구들과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쉬는 시간을 보내거나 이동 수업에 함께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민이가 혼자 복도를 오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급식 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지민이는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환한 미소를 짓던 지민이의 얼굴에는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생기가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친하게 지내던 무리에서 ‘홀로 외면받고 있어서’였습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민이와 가까웠던 친구 세 명을 불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들은 지민이를 외면한 이유에 대해 "너무 튀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발표도, 공부도 잘하는 지민이를 부러워했지만, 이 감정이 커지면서 질투로 변했고 사이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예전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놓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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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유치했다는 걸 깨닫고, 관계를 회복할 용기를 냈습니다. 서먹했던 마음을 풀고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이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춘기 아이들에게 교우관계는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 삶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관계가 틀어지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나는 과연 건강한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아래 질문에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해 보세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세요!)

1.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다.
2. 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친구는 내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
3. 친구가 나에게 부탁할 때만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4. 내가 힘들 때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으며, 친구도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
5. 친구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이 든다.
6. 친구는 내 실수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대신,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7. 친구와 있을 때 나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
8. 친구는 나를 이용하려 하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9.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해도 불안하거나 질투가 나지 않는다.
10. 친구와 갈등이 생겨도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결과 해석

8개 이상 "예" → 건강한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당신은 친구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5~7개 "예" → 대체로 건강한 관계지만, 개선할 점이 있어요!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때때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어요. 친구와의 관계에서 조금 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세요.
4개 이하 "예" → 친구관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요!
현재 친구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관계가 불균형할 가능성이 있어요. 나에게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인지 돌아보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이런 친구가 진짜 친구 – 친구들 사이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라는 질문을 해보았어요. 학생들의 답을 읽어보며, 사춘기 아이들의 속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어린 줄만 알았던 중학생들도 자신들만의 기준을 가지고, 친구 관계를 맺고 있답니다.

일단,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는 친구가 좋아요. 싫어하는 별명을 부른다든지, 심하게 몸으로 장난을 한다든지, 물건을 함부로 만진다든지. 이러면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싫다고 말했을 때, 멈춘다면 그 친구는 괜찮아요. 내가 여러 번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친구와는 거리를 좀 두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면 내 말을 무시하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거니까요. 나를 깔보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뒷담 하는 애랑은 가까이 지내지 않으려 해요. 다른 사람 험담을 내 앞에서 하는 친구는 다른 데에서는 내 얘기를 저렇게 하고 다닐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는 게 저의 신념이에요.
나쁜 말, 험한 말 하는 친구 말고 좋은 말, 상냥한 말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 같아요. 우리 반에서 늘 한 달에 한 번씩 ‘바른말 쓰기 왕’을 뽑는데, 그 친구들을 보면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아요. 욕을 많이 한다든지, 다른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든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애들은 언젠가는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받는 거 같아요.
좋은 친구는 눈치 있는 친구랄까요?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그런 친구들이요. 지금이 나서야 할 때인지, 조용히 있어야 할 때인지 잘 아는 그런 애가 편하고 좋아요. 그런 애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땐 잘 말하긴 하는데, 너무 자기주장만 내세우지도 않고, 다른 사람 말을 들어주거든요.
두루두루 친절한 친구가 좋아요. 한 명 하고만 친하게 지내거나 걔한테만 특별하게 하는 애 말고. 다가가기도 편하고, 이야기하기도 편한 친구, 그런 친구가 좋은 거 같아요. 이기적인 친구도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자기 혼자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그 외에 거짓말하는 친구, 몸무게를 대놓고 물어보는 친구, 빌린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친구, 목소리가 너무 큰 친구(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은 "선을 넘는 친구들"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아이와 앉아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공부 잘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일까요? 예쁜 친구가 좋은 친구일까요?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일까요?

‘공부 잘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냈으면’이 엄마의 속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친구 옆에서 따라서 내 자식도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과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위에 나온 아이들의 의견만 봐도 좋은 친구의 기준에 공부도, 외모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걸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성 좋은 친구가 좋은 친구다.’입니다.

아이의 기준에서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듣고 있노라면 그저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고 장난만 치는 어린아이인 줄 알았던 내 아이가 이렇게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친구의 기준이 바람직하고 도덕적이란 걸 아실 테니까요. 또, 바꾸어 말하면 본인도 다른 친구들에게 그런 바람직하고 좋은 친구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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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생활 속으로: 사춘기의 친구(2)

중학교 생활 속으로: 사춘기와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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