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by 소소


전날 벗어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하여 미련이 없다 했다


나는 태양을 올려다보며

완전한 원이 싫다고 했다


그 외의 모든 형태들은

원을 위해 슬퍼하려나


밝고 모난 곳 없는

저 큰 둥근 해가

부러웠던 걸까, 나는


누추하게 구겨진 생은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그 순간만은

장대하고 거룩했다


떠난 남자들의 애인들이

가장 낮은 음역대에서

속옷을 갈아입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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