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하는 공간

by 소소


사진첩을 종종 들여다볼 때마다

그 순간의 내가 다시 떠오른다.


내 삶이 지나치게 선명해

설명할 말조차 필요 없던 날에는

누렇고 뿌연 질감의 사진을 좋아했다.


조금은 불분명해

방향을 찾아 헤매던 때에는

또렷한 일반 카메라를 찾았고,


정말로 나 자신이 흔들리던 날에는

아예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사진을 찍었다.


늘 우월하게만 비쳐지길 고집하던 나도

편안한 공간에 눌어붙어

떡진 머리로 하루를 보내는 나를

이해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냥,

어떤 모습이든

나를 그대로 저장해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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