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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Oct 03. 2022

[詩] S백화점 지하 2층에서

―어떤 졸음에 의한 기록


S백화점 지하 2층에서

―어떤 졸음에 의한 기록       

   


활자의 바다에서 활자를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운다 팥색 소파에 기대어, 나는

끓는 팥죽 알떡처럼 노곤해진다 

세레치오를 부르는 시인은 어떤 

문예 비평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먼지처럼

책의 반듯한 이마 위로 내려앉는 재즈 피아노 음계 

끝이 없고 이름도 모르는 곡은 어느새 클래식이다

어텀 리브즈를 치는 피아니스트의 희고 긴 손가락, 책장을 넘기면

또한 문장에는 마침표가 없다 옆의 여자가 뱀피 가방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먹다가

먹을 듯 하다가 도로 넣고 막 바른 핸드크림의 냄새를 맡는다 

무스크 향기, 시야에 부은 다리를 꼬고 선 비프 아이템 판매 알바생의 줄무늬 상의가 

보이고 사람들은 내 귀 옆에 서서 산 것도 아닌 잡지를 부스럭거리고 

벗겨본다 나는 여름이고 가을이다, 너―수많은 너―들을 읽으려다 까무룩 

잠이 들고 연인의 속삭임이 들려오면 선명해지는 의식새로 ―나의 욕망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이걸 쓰는 와중에 볼펜 똥이 여름이고 가을이고에 묻었다 

음악이 움악이 되고 슬픔은 술품이 되어버렸다 흔들리는 

버스 창가에 비친 너는 시를 쓰고 싶어하는 너고 나는? 쓰고 싶은 것이 시이며 친구는 시를 쓰고 싶어하고 시를 읽지만 시는 종이를 두려워하던가, 펜을 두려워하던가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내가 쓰는 시 소설은 아아…자의식 과잉에…센티멘탈리즘, 허기를 무시하고 다리를 꼬고 앉아 옷을 입은 부록 잡지들 새에서 또한 포장이 과할 뿐이다

사람들은 발뒤꿈치를 고상하게 그러나 흩날리는 먼지는 지하의 것이 아니다 밖을 나가면

영화제의 화려한 불꽃“ 불꽃” 불꽃“ 

불꽃은 시칠리아의 햇빛을 비추고 시리아 여인의 지친 면영을 그린다, 내 애인의 면영

그러나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살아있다, 고로 나는,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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