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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아리 현선생 Jul 23. 2021

Prologue. 신규교사가 바라본 학교 이야기

젊은 교사의 패기? 객기?

먼저 글을 적기 전에 제목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적을 글들을 처음 시작하는 글의 제목을 적어야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카테고리가 없었다.

'출사표'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내가 제갈공명과 같은 책사의 호연지기에 한참 못 미치는 일개 신규교사에 불과하다.

'Intro'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내 글이 두서없는 아무 말 대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1악장'이라고 붙였다가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의 수많은 위대한 작곡가분들이 하늘에서 내 글을 보시고 격노하셔서 내 꿈에 나와 나를 괴롭힐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시작하는 스타트를 어떻게 끊을까 고민하다가 '프롤로그'가 뭔가 부담이 없을 것 같아 일단 이렇게 정해보았다.


사실 예전부터 자신의 일에 대해 글을 적는다는 것은 그 분야에 있어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말로 어떤 분야에서 '짬'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도 생기고 주변 사람들이 그 글을 보았을 때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음에'를 기약하며 글 쓰는 것을 미뤄왔다.

물론 이 글을 적기 전까지 아무 글도 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부담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이웃 분들도 조금씩 늘어났고 나의 일상을 적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마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일상 중에 하나이다.


그런 멀쩡한 블로그를 놔두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적게 된 이유는 형언할 수 없는 좋은 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블로그를 적으면서도 언제나 조금 더 밀도 있는 글을 적고 싶었다. 블로그에 글을 적는 과정에 진심과 정성을 담아 열심히 적기도 하였지만 블로그에 적는 글보다 조금 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지르듯이 적는 글을 적고 싶었다. 또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조금 더 날것의 글을 담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교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좀 더 재미있게 바라봐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지금 나의 경력은 어떤 일을 논하기에는 원자 속의 전자와 같이 미미하기 짝이 없다. 나는 작년 기간제 교사 경험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이제 2년 차의 햇병아리 교사일 뿐이다. 아직 학교에서 일하면서 모르는 것 투성이고, 공문을 쓸 때마다 교감선생님에게 수정을 받아야 하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것이 서툴기만 한 신규교사이다. 그래서 내가 나의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보고 글을 적는 것이 건방진 객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글을 쓰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하였다. 또한 나는 반골기질을 디폴트로 전제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본 것들 중 "이건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많았다. 따라서 내가 적는 글들을 다른 선생님들이 보시고 교사 조직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실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다른 관점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시중에 나온 교사들의 경험담 책들이 대부분 고경력 교사의 시각에서 본 학교의 모습이라면, 신규교사의 시각에서 본 학교의 모습을 담은 글이 나온다면 참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과 패기가 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시각에서 본 학교의 모습을 글로 담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글을 쓸 때가 되었을 때는 지금의 마음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젊은 교사 시절의 나의 생각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적을 글들은 학교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신규교사의 다소 삐딱한(?) 시선이 담긴 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시선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날것의 모습으로 학교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물론 아직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지만 그런 경험들까지 모두 소중히 생각하며 나의 글 속에 담아내고 싶다. 내 일상을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나만의 글을 적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의 포부를 적으면서도 당장 다음 글은 어떤 글부터 적어야 하나 고민이 되지만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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