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ubia Jan 24. 2017

라라랜드

꿈이 별이 될 때가지

인생은 저마다의 속도로 날아가는 로켓과 같다. 자신만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점화 된다.

꿈이란 인간이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의 연료이자 추진체이다. 우리의 인생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동력, 그것이 바로 꿈이며 이 꿈이라는 연료를 태우면 태울수록 우리 인생은 다 저마다의 속도로 더 원대한 자신만의 우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라라랜드, LA는 바로 미아에게 그런 우주이

다. 그 우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욕망. 하지만 욕망은 현실에 치이며 추진력을 잃는다.


"나를 정말 빛나게 해줄 사람이 있을까요? 누군가 내가 빛날 거라는 걸 알아보고 거기서 기다려줄까요?"


그래서 라라랜드의 꿈은 꿈(미아에겐 배우가 되는 것, 세바스찬에겐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그 자체인 동시에 자신을 빛나는 별이 되게 만들어줄 사람, 바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총 세 테이크로 나눠찍어 이어붙인, 그래서 마치 하나의 롱 테이크로 완성된 듯 한 라라랜드의 오프닝 시퀀스가 많은 관객들에게 회자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라라랜드의 백미는 그리피스 천문대와 영화의 엔딩 시퀀스에 있다고 본다.


대책없이 밀리는 LA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클락션을 울려대고 미아는 그런 상대에게 "Fuck You"를 날린다.

참여하는 오디션마다 말 같지 않은 상황으로 족족 떨어지는 고배를 마시는 미아나 크리스마스날 연주하라는 캐롤송 대신 재즈곡을 연주한 죄로  해고 통지를 받는 세바스찬은 꿈 앞에서 수없이 좌절해야만 하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렇게 LA 고속도로 위에서도,  'Van Beer'에서도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 어긋날 때 이들의 사랑과 꿈이 환상적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감케하는 장소가 바로 그리피스 천문대이다. 라라랜드라는 영화에서 그리피스 천문대는 바로 이 영화의 복선 같은 구실을 하는 곳이다.


라라랜드에서 그리피스 천문대는 단순히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미아가 내린 천체망원경의 스위치와 함께 암전이 찾아오면 까만 하늘에 점점히 밝힌 별들의 물결 속으로 두 사람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유영한다. 그것은 두 사람이 춤을 추는 장면이지만, 관객의 눈으로 보자면 우주 속에 쏘아올려진 로켓처럼 그들만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래서 그들 자신이 그 우주 속 또 하나의 별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 장면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이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임을 환상적인 장면과 함께 예감케 한다.


겨울에서 시작해서 봄을 지나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 또 한 번의 겨울을 맞는 지점에서 마무리되는 라라랜드의 시간의 흐름은 그대로 우리의 꿈과 사랑이 시작되고 무르익으며 갈등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익어가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닮아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과 이들의 사랑도 같은 방식으로 무르익고 떨어지기도 한다.

사실 미아와 세바스찬 사이의 사랑과 갈등, 헤어짐의 수순은 여타 로맨스 영화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의 사랑이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사랑을 이들의 꿈과 동일선상에, 만날 수 없는 평행선상에 놓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이 6년간 쏟아부은 꿈을 향한 열정을 사랑 앞에서 싸구려 취급하지 않는다. 세바스찬 역시, 현실적인 타협의 길로 들어서지만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열고자 하는 그 열망까지 현실에 팔아넘긴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엔딩 시퀀스의 여운이 유독 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둘은 각자 다른 길 위에 놓인 자신들의 꿈을 찾아가는 댓가로 사랑을 잃었지만, 그렇게 놓친 사람의 꿈을 기꺼이 응원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얼굴 위로 드리워졌던 찰나의 아픔과 후회가 서로의 인생을 향한 응원의 미소로 치환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셉스바(Seb's Bar)에서 미아가 'Van Beer'에서 처음으로 세바스찬이 연주하던 재즈곡을 들었을 그 때처럼, 세바스찬이 다시금 미아를 위해 연주하는 장면에서 오버랩되는 미아의 꿈(옆에 있는 남편이 아닌, 세바스찬과 함께인 자신의 모습과 미래를 상상하는)은 어떤 이유로 좌절한 우리들의 또 하나의 꿈의 모습과 닮았다. 영화 속 멈춰진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미아의 상상과 환상은 그렇게 세바스찬의 연주가 끝나는 지점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영화 라라랜드는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미아와 세바스찬으로 대변되는 우리들의 꿈을 응원하는 영화이다.


"꿈꾸는 자들이여, 한겨울 세느강의 얼음물 속에 7번 뛰어들어가더라도 웃으라"


응원하고 격려하는 영화.

미아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마지막 오디션 현장에서 부르는 그녀의 노래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그리고 미처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가슴에 품은 채, 그 추억이란 이름의 아련함과 떨림으로 우리의 남은 생을 여전히 가슴 뛰게 영위하도록 돕는다.

모든 걸 다 이룬 자에겐 성취가 남겠지만, 아직 이룰 꿈이 남아있는 자에겐 다시 그 꿈을 위해 앞으로 한 발짝 전진하게 만드는 열정이란 이름이  남는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이런 아직 이루어야할 꿈이 남은 자들의 열망을 상징하는 이 영화의 숨은 의도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세바스찬과 미아가 해질녘 그리피스 공원의 벤취에서 탭 댄스를 추던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꿈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그리고 그런 이루어내야할 꿈이 있는 한.


라라랜드는 그 제목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영화라는 매체가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최선의 꿈이 무엇인지를 환상적으로 시각화시킨 꿈의 총체이다.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이유 없는 반항>, <카사블랑카> 등 고전 뮤지컬 영화들과 재즈에 대한 오마주를 근사하고도 우아한 방법으로  녹여낸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각본과 연출력은 <위플래쉬>의 폭발하는 에너지와는 또다른 색채로 마약 같은 꿈의 세계, 라라랜드를 황홀하게 채색 한다.





Awards:

2016.8. 베니스 영화제 개봉작으로 상영.

엠마 스톤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


제22회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8개 부문에서 수상


2017년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작품상(뮤지컬 부문), 감독상, 음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을 석권


Costume:

미아(엠마 스톤)의 의상변화로 보는 세바스찬과의 관계 및 꿈의 변화


라라랜드를 보다보면 ost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바로 미아가 영화 속에서 입고나오는 다양한 원피스의 색깔 변화이다.


winter: 겨울을 상징하듯, 미아의 지난한 꿈의 낙방을 상징하듯 겨울편에서 미아가 입고나오는 민소매 원피스나 오디션 때 커피가 엎질러진 흰셔츠 위에 걸쳐입은 아우터 또한 파란색이다. 특히 이 파란색 원피스는 오프닝의 LA고속도로 테이크를 제외한 미아와 세바스찬의 첫 만남이나 다름 없었던 Van Beer에서 두 사람이 스쳐지나갈 때 미아의 의상이며, 이는 영화의 엔딩 시퀀스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은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 속 Seb's Bar에서 미아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지만 그녀의 상상 속에서 미아는 세바스찬과의 첫만남에서 입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채 세바스찬과의 이루지 못한 미래를 상상한다.

그래서 이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과 재즈를 상징하는 블루와 묘하게 일치한다.

블루가 바로 이런 세바스찬을 상징하는 색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Spring:

봄이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차츰 변화가 찾아오고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에 대한 설렘을 반영하듯, 미아의 원피스 색깔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노랑은 주로 개나리나 유채꽃 같은 봄을 상징하는 꽃들과도 그대로 오버랩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기 전, 그리피스 공원 언덕 위 벤취 주변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에서의 미아의 원피스 색깔이 바로 노란색임을 알 수 있다.


Summer:

여름이 되면서 점점 더 뜨겁게 불타오르는 두 사람의 사랑처럼, 신록의 푸르름처럼 미아의 원피스는 초록색으로 바뀐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모든 배경이 암전된 상태에서 세바스찬과 함께 추는 환상적인 댄스장면에서 미아는 이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Fall;

가을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에 위기가 찾아오고 미아는 자신이 직접 쓴 각본과 연극 무대에서 보러 온 관객이 없는 스스로 실패한 무대라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서 미아는 화려한 원색의 원피스 대신 소라색 니트를 입는다.



이처럼 라라랜드 속 미아의 의상은 단순히 옷 이상의 어떤 의미로 읽어들일만한 요소를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Cinemascope:

라라랜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이 바로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뜨는 Cimemascope란 문구이다. '시네마스코프'란 35mm 필름을 기준으로 1:1.33인 가로 대 세로의 비율이 1:2.35로 늘어난 와이드 스크린 방식을 위한 대형 영화화면을 일컫는 말이다.

라라랜드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된 오프닝 시퀀스 LA 고속도로 테이크가 바로 이 시네마 스코프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이는 일반렌즈 앞에 애너머픽 렌즈라는 특수렌즈를 장착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세로에 비해 가로가 압축되어 왜곡된 형태로 필름에 기록되는 성질을 지녔다.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차츰 밀려나기 시작한 영화산업의 부활을 위해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도되었으며, 프랑스의 '앙리 클레티앙'에 의해 시네마스코프의 시스템이 발명되었다고 한다.



위플래쉬

http://m.blog.naver.com/iris7756/220915871301


누비아's 비평과 오마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